벤츠코리아 등 자동차 업계, 복고 바람 활용한 고객잡기
옛 모습으로 복원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지바겐(GE230)’(왼쪽)과 ‘ML270’ 모델 앞에서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과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63)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지바겐(GE230)’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차량의 양쪽 문을 한 번씩 열어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차범근의 추억을 AS해준 지바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5일 경기 용인시 메르세데스벤츠 죽전서비스센터에서 차 전 감독에게 지바겐 차량을 전달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지바겐은 30년 전 차 전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현역으로 활약하던 당시 소유했던 차량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 1월 ‘추억도 AS가 되나요’라는 이름으로 ‘클래식 카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히고, 첫 번째 주인공으로 차 전 감독을 선정했다. 차 전 감독이 진짜로 소유했던 지바겐은 찾지 못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은 그와 동일한 모델을 찾아 30년 전 모습과 같이 그대로 복원했다. 소속 전문 정비업자들이 5개월간 공을 들여 완성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복원 프로젝트는 메르세데스벤츠 서비스센터가 첨단 복원 인프라와 순정 부품 수급 능력을 갖고 있으며, 소속 정비업자들의 기술력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한 이벤트다. 고객 차량을 과거의 성능과 모습으로 가장 가깝게 복원해 메르세데스벤츠와의 추억을 재현한다는 취지다.
너도나도 추억 마케팅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외에도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추억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1995년 12월 이전 등록된 BMW 차량을 소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마이 BMW 스토리’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달 30일까지 BMW와의 추억이 담긴 사연을 공모하며, 1등으로 선정된 고객의 차량은 BMW 드라이빙센터 내에 전시하고 그 기간 동안 BMW 뉴 7시리즈를 빌려 탈 수 있도록 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자동차의 그랜저XG의 뒷좌석은 소파로 바뀌었다. 현대자동차 제공
베라크루즈의 운전석은 여행용 가방으로 변신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부품은 샹들리에로 변신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는 자동차가 예술작품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영상으로도 제작했다. 현대차는 이렇게 재탄생한 예술품들을 지난해 1월, 올해 3월 전시회를 열어 대중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충성도 높은 고객에 대한 배려
각 업체들이 추억을 마케팅의 도구로 꺼내든 이유는 차에 대한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브랜드 충성도를 공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이런 이벤트는 일종의 감사 표시로서 하는 것”이라며 “차를 아껴주는 고객들은 브랜드 로열티(충성도)가 높은 고객이라 소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등이 몰고 온 복고 열풍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클래식 카가 더 멋지다고 하면서 오래된 차량을 계속 고쳐가면서 타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라며 “그런 고객들이 지닌 추억까지 각 업체가 세심하게 배려해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은서 기자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