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
영화 ‘4등’에서 만년 4등 준호(오른쪽)는 코치인 광수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그 결과 성적이 오르지만 준호는 마냥 기뻐하지 않는다. 워너비펀 제공
만년 4등인 준호는 수영을 좋아하고 재능도 있지만 1등 욕심이 없는 편. 펄펄 뛰는 쪽은 엄마(이항나)다. 엄마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소개받은 국가대표 출신 새 코치 광수(박해준)는 “1등은 물론이고 대학도 보내주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광수의 훈련방법은 다름 아닌 체벌. 윽박지르고, 얼차려를 주고, 그도 안 통하면 매를 든다. 엄마는 준호 등의 시퍼런 멍을 눈치채지만 “맞는 것보다 4등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영화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지 않으려 했다”고 했다. 그 말대로 영화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등장인물에겐 이유가 있다. 광수는 젊은 시절 구타를 이기지 못하고 국가대표 선수촌을 뛰쳐나온 경험이 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극성인 엄마는 준호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느라 정작 자신은 공허하다. 아빠(최무성)는 체벌 사실을 알고 제지하지만 그도 폭력의 대물림에 기여한 과거가 있다. 심지어 준호마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라는 이중의 굴레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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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공평하게 바라본 덕분에 영화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위로의 순간과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을 함께 보여준다. 한국에서 입시 때문에 고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니까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고 공감할 만하다. 간만에 지금 우리의 문제를 솔직하고 진솔하게 바라본 영화가 나왔다. ★★★★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