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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오바마-옐런 회동

입력 | 2016-04-13 03:00:00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이 큰 자리라는 말을 듣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세계 자본시장이 요동친다. 물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자리는 대통령이다. 11일 미국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경제대통령 재닛 앨런 연준 의장이 만났다. 두 사람은 2014년 옐런이 의장이 된 해에도 한번 만났다. 우리나라에는 대통령과 중앙은행장이 독대하는 경우는 없다. 오마바 대통령과 옐런 의장의 회동은 우리로서는 낯선 장면이다.

▷지금 세계 경제의 관심사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지 여부다. 두 사람의 면담이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26∼27일)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준금리에 대한 언급이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기준금리 거론은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준 의장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비록 비공개 면담이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민감한 시기에 만났다면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을 것이다. 미국 언론은 “두 사람이 미국의 중·단기 경제전망과 세계 경제의 잠재 위험요인에 대해 논의했다”는 백악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미국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믿음은 확고한 반면 우리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는 그만큼 확고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연준과 한은은 법이 설정한 목표에 차이가 있다. 연준법에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상반된 목표가 동시에 주어져있다. 한은법에서는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로 돼 있다. 한은의 목표가 이렇게 협소해진 것은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의 특수한 상황에서다. 물론 한은이 고용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법으로 명확히 목표가 주어져야 정부와의 갈등도 줄어들고 한은의 독립성도 높아진다. 그래야 미국처럼 대통령과 중앙은행장이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기회도 올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