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누가 복사꽃이고 누가 가시꽃인가

입력 | 2016-04-12 03:00:00

1943년 기생학교 배경 영화 ‘해어화’의 동갑내기 두 주역 한효주-천우희




7일 만난 한효주는 “영화 보고, 잠자는 거 좋아하고, 워낙 심심하고 무난한 편이라 그런지 영화 속에서는 내가 맡은 배역이 다채로운 색깔로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소율은 그런 역할”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943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해어화’(13일 개봉·15세 이상)는 가시꽃과 복사꽃에 관한 영화다. 해어화(解語花)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의미로 미인을 비유하는 단어. 소율(한효주)은 기생학교의 가장 뛰어난 학생으로 복사꽃처럼 곱게 자랐지만 친구와 연인, 예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잃고 가시꽃으로 변한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가시꽃 연희(천우희)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작곡가 윤우(유연석)를 통해 사랑과 음악에 온몸을 내맡기는 복사꽃이 된다. 소율과 연희는 각각 정가(正歌)와 대중가요를 대표하면서 노래 ‘조선의 마음’을 누가 부를까와 윤우의 마음을 놓고 경쟁한다. 두 인물을 연기한 한효주와 천우희는 스물아홉 동갑내기. 젊은 여배우 중 두드러진 존재감을 지닌 두 배우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한효주, “표독스럽지만 연민을 느낀다”

―소율 역은 그간 보여 온 모습과 다르다.

“여배우로서 선택할 시나리오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여배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캐릭터의 감정 변화 폭이 커 여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았다.”

―소율은 주인공이지만 악역이기도 하다.

“준비하면서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정가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던 시기이고 암울하던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이 소율을 변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표독스럽기도 하고 처절하기도 해 악역으로 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연민을 느꼈다.”

―정가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3, 4개월 공부하며 매력을 느꼈다. 절제하는 창법으로 그 나름의 규칙을 갖고 있다. 조선 후기 궁궐에서 부르던 노래였다고 한다. 우리 노래 중에 정가도 있다는 걸 관객들이 알면 좋겠다.”

―영화 말미에 노인 분장을 하고 나오는데 걱정되지 않았나.

“촬영 며칠 전까지도 박흥식 감독님에게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할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 소율의 얼굴에서 마지막 대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의지가 있었다. 나 역시 내 얼굴로 끌고 온 영화이니 내가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후회는 없다.”

―영화 속 소율처럼, 배우 생활을 하며 의도하지 않게 가시꽃이 된 적은 없나.

“많다. 얘기하다 보면 눈물 날 것 같다. 연기하는 건 재미있다. 울면 안 되는데…. (그는 결국 눈물을 떨궜다.) 배우라는 직업은 오해를 많이 받는다. 흔들리지 않고 저를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살다 보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 한효주가 보는 천우희 ::


“동갑이지만 다음 작품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내게 영감을 주는 배우다. 지금도 대단하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 천우희, “이명에 탈모까지 왔다”

―‘써니’부터 ‘카트’ ‘해어화’까지 여자 출연자가 많은 영화를 잇달아 찍었다.

 

6일 만난 천우희는 화면으로 짐작한 것보다 훨씬 아담한 체구였다. 그는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화면 속 내 모습이 가장 좋다”며 “절대적인 미의 기준에 맞는 얼굴은 아니지만 배우의 얼굴로는 너무나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복이라면 복이다. 한국에 여배우가 많이 나오는 작품이 흔치 않다. 내가 여자랑 ‘케미’가 좋다고 봐주시는 것 같다. 팬도 여자 팬이 많다.”

―영화 속 삼각관계보다는 두 여자 사이의 애증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과거를 다루더라도 영화가 현재의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어화를 보면 그 시대에도 여성들이 자기 재능에 대해 고민을 했다. 또 재능을 갈망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을 시기한다. 자신에 대한 고뇌가 많은 여성들을 보여주는 영화다.”

―극 중에서 노래를 많이 불렀다.

“4개월 동안 미친 듯이 연습했다. 자꾸 연희 보고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지녔다’고 하니 부담스럽더라. 영화에선 잘 보이지 않는 연희의 감정이나 내면을 노래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민을 정말 많이 해서 이명(耳鳴)에 탈모까지 올 정도였다.”

―5월 중순 개봉하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도 나온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말 그대로 ‘멘붕(멘털 붕괴)’, 대혼란이었다. 동시에 ‘아, 이 불길 속에 뛰어들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개봉하면 놀라실 거다.”

―강한 역을 자주 맡는다. 전작의 연기를 뛰어넘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나.

“한발 한발 꾸준히, 최선의 노력으로 배역을 소화하다 보면 넘어서는 순간이 오고, 그러다 보면 (배우로서) 완성돼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배우로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인 것 같아서 너무나 만족스럽다.”









:: 천우희가 보는 한효주 ::


“가냘파 보이는 외모와 달리 연기를 할 때 흔들림이 없는 배우다. 체력적, 감정적으로 힘들 때도 꿋꿋하고 의연했다.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