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오늘과 내일 광주 등 호남을 방문한다. 문 전 대표 측은 “특정 후보 지원보다는 호남 민심에 귀 기울이고 솔직한 심경을 밝혀 지지를 호소하는 위로, 사과, 경청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의 대선 후보와 제1 야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와 호남을 방문하는 문제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 징후다.
문 전 대표는 어제 인천 연수구 지원 유세에서 이례적으로 “야권이 분열되고 단일화하지 못한 것은 제게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진심을 담은 반성인지는 몰라도 광주 방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문 전 대표의 등장 이후 친노·운동권이 사실상 당을 장악하면서 문 전 대표에 대한 호남권의 반감이 커졌고, 더민주당의 분열과 국민의당 창당으로 이어지면서 그 골은 더욱 깊어졌다. 광주 8개 선거구 가운데 7곳에서 더민주당 후보가 여론 지지도에서 국민의당 후보에게 고전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문 전 대표의 광주행이 더민주당의 총선 전략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일종의 모험인 셈이다. 김종인 대표는 “본인이 판단할 일이지 내가 이래라저래라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 후보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 쓸데없는 환상에 사로잡힌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 스스로도 “호남의 인정을 받아야 대선 주자 자격이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설령 총선에서 표를 잃더라도 대권의 길을 다지려는 전략적 판단을 앞세운 결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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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대구를 박 대통령의 이름만 팔면 뭐든지 통하고 아무렇게나 공천을 해도 이기는 만만한 곳으로 여겼다. 더민주당은 친노 운동권이 주인 노릇을 하며 광주를 홀대했고, 필요할 때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지금 두 당은 그런 오만에 대한 민심의 경고를 받고 있는 중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며 다시 품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오너’들이 반성과 변화를 보이는 게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