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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테러방지법 통과만 외치더니 정부청사는 왜 뚫렸나

입력 | 2016-04-07 00:00:00


박근혜 대통령은 2월 국회 연설에서 “테러분자들이 잠입해 언제, 어디서든지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급히 테러방지법을 제정해 국민 안전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며칠 뒤에는 테러방지법 통과가 야당의 반대로 계속 지연되자 “정말 자다가도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책상을 내리쳤다. 3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 시작되자 박 대통령은 전국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고 국토해양부는 재난·테러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

전국이 비상경계에 들어간 올 2월 말∼3월 말 7급 공무원시험에 응시한 대학생 송모 씨가 정부서울청사를 5차례나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송 씨는 청사에 몰래 들어온 뒤 시험지 유출과 컴퓨터 조작까지 시도했다.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는 야간 출입금지 구역을 침입당한 보안 사고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송 씨가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데 그쳤기에 망정이지 테러범이었다면 엄청난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대통령의 지시로 경계태세를 최고로 강화한 때 어떻게 정부청사가 그렇게 쉽게 뚫릴 수 있는가. 담당 공무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청사 출입자의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을 대조하지 않고 대충 넘겼기 때문에 발생했다. 2012년 60대 남자가 위조 신분증으로 들어와 불을 지르고 투신했을 때 정부가 내놓았던 각종 대책은 허울뿐이었다는 건가. 정부세종청사로 이사 갈 준비를 하느라 인사처 출입문 관리가 허술했다는 변명에는 기가 막힐 지경이다. 리눅스 운영체제(OS)가 설치된 휴대용 저장장치를 꽂으면 비밀번호를 몰라도 컴퓨터를 열 수 있다. 이 정도는 대학생만 돼도 쉽게 알 수 있지만 서울청사의 보안 시스템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인사처 직원은 비밀번호가 해제된 사실을 다음 날 확인했다. 그런데도 보안이 뚫린 사실은 몰랐다고 하니 의문은 꼬리를 문다. 서울청사 출입 시스템에 중대한 허점을 드러낸 만큼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차제에 다른 주요 시설의 보안 실태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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