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달간 4400만달러 모아… 힐러리는 2950만달러 그쳐 시민단체 “풀뿌리 열망, 식지 않아”… WSJ “힐러리 끝까지 물고늘어져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 캠프는 4일 지지자들에게 이런 간절한 호소를 담은 e메일을 돌렸다. 클린턴이 경선에선 크게 이기는데도 돈은 2위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사진)에게 점점 더 쏠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는 3월 한 달 동안 4400만 달러(약 506억 원)를 모은 반면 클린턴은 2950만 달러(약 339억 원)를 모금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올해 1∼3월 월별 모금액에서도 샌더스가 클린턴을 계속 눌렀고, 그 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메인 주 콜비대의 앤서스 코라도 교수(행정학)는 “통상 당내 경선 1위 후보에게 점점 더 많은 돈이 몰리는 게 일반적이다. 샌더스 현상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확보한 선거인단 수에서는 1712명 대 1011명(샌더스)으로, 선거자금 모금 총액에서는 2억2400만 달러(약 2576억 원) 대 1억4000만 달러(약 1610억 원)로 크게 앞서 있다. 샌더스가 클린턴을 역전하려면 남은 모든 경선에서 득표율 75% 이상의 압도적 승리를 해야 한다.
NYT는 “샌더스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경선 승리보다는 소득 불평등, 정치 개혁 이슈를 제기하는 데 선거운동의 의미를 더 뒀던 것 같다. 그러나 소액 기부가 폭발하면서 올 초에야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샌더스조차 풀뿌리 민주주의 세력의 기대와 호응이 이렇게 뜨겁고 계속될 것이란 걸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샌더스 캠프 관계자들은 “샌더스가 한 경선 지역에서 이기면 계속 이기라고 후원하고, 지면 다음 경선에서 승리하라고 후원금이 밀려오는 상황이다. 많은 지지자가 샌더스가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샌더스 열풍의 기저엔 ‘워싱턴 정치가 극소수의 가진 자들만을 대변한다’는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샌더스는 “나는 클린턴과 달리 표를 돈으로 사는 슈퍼팩(대형 정치자금 모금 조직)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