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여명/존 그레이 지음·김승진 옮김/418쪽·1만8000원·이후
그러나 불과 1년 뒤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의 주역으로 섣부른 세계화가 지목됐다. 세계화가 남긴 여운은 씁쓸했지만 사람들은 금세 더 고상한(?) 단어를 찾아냈다. ‘글로벌’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부터 글로벌 자본주의까지 ‘글로벌’의 위상은 문민정부 때 세계화에 버금간다. 자, 글로벌은 우리에게, 그리고 인류에게 정답인가.
이 책은 ‘아니요’라고 단언한다. 마치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종말론적 묵시록 같다. 저자는 “글로벌 자유주의 경제가 급진적으로 개혁되지 않으면 세계는 정치 격동과 경제 붕괴, 무역전쟁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속성상 아시아 금융위기 등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균열이 중심부까지 뒤흔들어 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광고 로드중
전 세계적 금융위기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해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화는 비극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후기에서 “전 지구적 자유방임 시장이 깨지면서 국제적 아나키 상태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