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30일 수요일 맑음. 음악 꼰대. #202 잠비나이 ‘They Keep Silence’(2016년)
최근 미국에서 만난 영국 인디 음반사 ‘벨라 유니언’ 대표 사이먼 레이먼드.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그는 1980, 90년대 아름답고 몽환적인 팝을 구사한 밴드 콕토 트윈스의 멤버였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인디 음반사로 꼽히는 벨라 유니언(Bella Union)의 사장. 벨라 유니언은 플리트 폭시스,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 플레이밍 립스 같은 인디 음악 거물들과 계약한 회사다. 지난해 말엔 국악 퓨전 록 밴드 잠비나이가 한국인 최초로 이곳과 계약하고 6월 2집을 세계시장에 내놓는다.
얼마 전 미국에서 만난 레이먼드는 꼬장꼬장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토트넘 홋스퍼의 열성 팬인 그는 “손흥민이 좀 더 뛰어야 한다”고 했지만 일행이 입고 온 다른 축구팀 티셔츠를 보고 “지금 뭐하자는 거냐”고 호통을 쳤다. 물론 웃음 섞인 농담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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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진 음악관은 완고해서 아름답기도 했다. “음악은 제품이 아니다” “음악가를 고르는 기준은 날 감정적으로, 영적으로, 물리적으로 움직이느냐뿐”…. 단벌신사라는 그는 자기 양복을 가리키며 “음반사 사장 치곤 퍽 가난하지만… 괜찮다”며 웃었다. 이 음악 꼰대의 쓴 미소가 왠지 맘에 들었다.
15일 잠비나이 2집에 실릴 신곡 ‘They Keep Silence(그들은 말이 없다)’가 벨라 유니언을 통해 공개됐다. 그 곡에 대해 영국의 유명 음악지 클래시 매거진은 이렇게 썼다.
“그저 놀라울 따름. 지금 하는 걸 멈추라. 그리고 잠비나이를 한 번 들어보라.”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