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모욕-명예훼손” 신고 증가속 고소꾼까지 등장
당시 온라인 게임대회를 지켜보던 이 씨는 한 아마추어팀의 매너 없는 모습을 봤다. 이를 한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 언급하면서 ‘병신’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것이 이 씨의 발목을 잡았다. 이 씨는 “악플을 단 행위는 분명 잘못됐지만 3년 전에 글 하나 적은 것을 가지고 이제 와 고소를 당하니 너무 당황스럽다”며 억울해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욕설이나 조롱을 퍼부었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고소하는 일이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 신고 건수는 2014년 8880건에서 지난해 1만5043건으로 69%가량 증가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 및 모욕은 증거 확보가 쉬운 편이다. 기록이 남는 인터넷의 특성상 구글이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자신과 관련된 악플을 찾아 이를 증거로 고소장을 작성하는 식이다. 3년 전 댓글을 근거로 이 씨를 고소한 이의 경우에는 해당 건 외에도 51건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2014년 경찰에 52명의 누리꾼을 고소한 A 씨(26)도 2010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던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근거로 삼았다.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은 이를 인지한 지 6개월이 지나면 고소 요건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이 댓글을 확인한 게 6개월 이내라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합의금을 노리고 고소를 남발하는 ‘합의금 헌터’까지 등장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거짓 사실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타인을 고소해놓고 200만∼500만 원에 합의하자고 종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방법은 쉽다. 여럿이 함께하는 온라인 게임에 접속한 뒤 일부러 흐름을 망치는 식으로 다른 이들의 욕설을 유도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악플을 단 이들이 청소년일 경우 부모들이 되도록 합의하려고 나서는 점을 노린다”며 “의심이 가더라도 고소장 접수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관련 고소를 대행하는 법무법인까지 나올 정도다.
박창규 kyu@donga.com·김남준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