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5]야권 연대 신경전 더민주-국민의당, 주도권 힘겨루기
4·13총선에서 야권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 후보가 앞서는 지역이 속출하면서 더민주당 내부에서는 “단일화 없이는 필패”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단일화는커녕 더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만 높이고 있다.
○ 김종인, ‘경제’ 띄우지만…
더민주당은 이번 총선 프레임으로 ‘경제 선거’를 내걸고 있다. 슬로건도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로 정했다. 최전선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28일 첫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서 “이번 총선은 지난 8년간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 운영에 대한 심판”이라며 “최근 경제 상황은 거대 기업, 거대 금융이 전체를 독식해 10%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90%의 기회를 박탈하는 절망적 상황”이라고 했다. 더민주당은 이날 발족한 선대위 산하에 국민경제상황실을 두고 정부의 경제 실정과 야당의 대책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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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완주 벼르지만…
국민의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김 대표를 향해 “더 이상 우리 당 후보들을 모욕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누구에게 표를 보태주기 위해, 혹은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출마한 분들이 아니다”라며 “이번 총선은 연대 없이 자신 없다는 무능한 야당을 대체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후보가 끝까지 완주해야 정당 득표율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다만 22일 국민의당 부좌현 의원(경기 안산 단원을)이 후보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한 데 이어 정호준 의원(서울 중-성동을)도 28일 비공식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에 더민주당 이지수 후보는 “(정 후보 측에서) 공식 제안을 받은 바 없고 감동 없는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표현도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전날 김 대표가 “특정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거기에 편승해 새로운 당을 만들면서 야당 분열이 생겨났다”고 하자 국민의당 임내현 선대위 상황본부장은 이날 김 대표를 향해 “전두환의 앞잡이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출신” “늙은 하이에나”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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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안 대표와 달리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문 전 대표는 연일 “야권 후보 단일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총선 국면에서의 주도권과 총선 이후 펼쳐질 야권의 대선 구도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총선 패배 시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지선 스님 등 야권 원로들로 구성된 다시민주주의포럼은 이날 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면 낙선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담쟁이포럼 대표를 지낸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반면 ‘사퇴 파동’으로 당 장악력이 떨어진 김 대표는 국민의당과 단일화가 이뤄지면 총선 과정에서 주도권마저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안 대표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사실상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양자 구도 선거에서 자신은 물론이고 당도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야권 관계자는 “야권이 참패할 경우 총선 이후 안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 적극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