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들은 환호, 병원들은 한숨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가족이나 전문 간병인 없이 간호사가 입원 환자를 24시간 간병해주는 서비스. 정부는 현재 지방과 중소 규모 병원의 112개 병동에서 운영 중인 이 서비스를 4월부터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 및 서울의 종합병원으로 확대해 올해 말까지 400개 병동으로 늘릴 방침이다. 2018년까지 1000개 병동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병원들에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일반 병실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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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간호사 인력(간호조무사 포함)은 인구 1000명당 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9.8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24시간 병실을 돌보면서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업무 특성 때문에 휴직하는 인력도 많다. 매년 간호사 이·퇴직률이 17%에 이르고, 면허를 갖고도 그만둔 ‘장롱면허’ 간호사가 55%에 이르는 실정이다.
경기 용인시의 2차 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간호간병서비스는 정말로 달갑지 않은 정책”이라며 “봉급은 거의 안 오르는데 가족과 간병인의 역할까지 하게 되면 일만 더 힘들어지고 많아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동료가 많다”고 전했다. 육아를 이유로 휴직 중인 다른 간호사는 “올해 내 다시 일을 찾을 계획이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는 관심 없다”고 했다.
○ “간호 인력 쏠림 현상을 막아라”
이런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지방의 간호 인력을 빼가면서 쏠림 현상까지 심화될 조짐이다. 간호 인력의 56%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에 몰려 있다.
충남 지역의 한 종합병원 원무과장은 “봄에 신규 채용을 해도 겨울에는 20%가 서울로 빠져나가는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까지 확대 시행되면 간호사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500개 병상을 갖춘 이 병원은 사실상 도입이 의무화되는 2018년까지 2개 병동(100병상)에 대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상태. 도입 시 간호사 30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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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부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정진엽 장관과 상급종합병원장들의 간담회 직후 2018년 예정인 시행 시기를 4월로 앞당기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복지부 측은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간병인 고용으로 인해 환자들이 안게 되는 부담을 덜고 입원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수가를 최대한 올리고 인건비도 최대한 정부가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문제가 된 간병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는 데다 해외 사례를 볼 때에도 한국, 대만 외에는 사적 간병을 허용하는 나라를 찾기 어려운 만큼 장기적으로는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대한간호사협회도 “신규 간호 인력이 올해 2000명, 내년에는 3000명 더 늘어나고 있어 장기적으로 간호사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 측은 간호사 1명이 부담하는 환자 수가 지나치게 많아 발생하는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