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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감성 저격하는 ‘힐링 뮤지컬’… ‘꿀성대’ 홍광호의 가창력 빛나

입력 | 2016-03-25 03:00:00

‘빨래’




‘빨래’는 2005년 초연 이후 10년 넘게 서민의 팍팍한 삶을 그리며 롱런하는 창작뮤지컬로 이번 시즌에는 홍광호(가운데)가 합류했다. 씨에이치수박 제공

2005년 초연 이후 10년간 총 50만 명의 관객이 본 뮤지컬 ‘빨래’가 더 강해졌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데스노트’ 등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을 통해 스타로 자리 잡은 홍광호가 7년 만에 ‘빨래’의 솔롱고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2014년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미스사이공’의 투이 역으로 활약했던 홍광호는 이번에는 소극장 뮤지컬로 컴백했다.

그가 출연하는 4월 공연 13회 차는 티켓 오픈 2분 만에, 3월 공연 12회 차는 3분 만에 매진됐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의 원성이 빗발쳤고, 인터넷상에서 5만 원짜리 티켓이 30만 원에 거래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홍광호 ‘빨래’의 경쟁력은 역시 그의 가창력이었다. 소극장이라 전에 활동한 대극장의 음향시설에 한참 못 미치는 조건이었지만, ‘꿀성대’로 불리는 그는 남다른 가창력을 뽐냈다. 특히 단독 콘서트에서도 곧잘 부르는 ‘참 예뻐요’ 넘버는 그에게 잘 맞는 맞춤옷 같았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가창력에 비해 도드라지지 않았다. 그의 연기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다년간 ‘빨래’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은 조연 배우들의 감초 연기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이다. 조민정(주인 할매 역) 윤사봉(희정엄마 역) 이서환(서점사장 역) 정재원(구씨 역)의 농익은 연기가 돋보인다.

‘빨래’는 스타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작품 자체가 탄탄한 창작 뮤지컬이다. 일명 ‘힐링 뮤지컬’이라 불리며 관객의 감성을 저격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취업 때문에 상경한 나영이, 몽골에서 돈을 벌고자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공장을 전전하는 솔롱고, 몸이 불편한 딸을 간병하며 파지를 줍는 단칸방 집주인 할매까지…. 산동네 단칸방에 옹기종기 모여 살며 각자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서울 살이’에 애잔한 감정이 명치끝을 자극한다.

그러다가도 나영이가 주문을 외듯 희망을 이야기할 땐 너 나 할 것 없이 객석에선 진심 어린 응원의 박수가 쏟아진다.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내년 2월 26일까지 동양예술극장 1관. 전석 5만 원. 02-928-3362 ★★★★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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