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9/위기감 커지는 새누리]‘격전지’ 수도권 후보들 울상
이한구, 유승민에 독설… 劉는 여유만만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맨위 사진)이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전날 탈당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해 “꽃길만 걷다 침 뱉고 떠났다”고 비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같은 날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을 만난 뒤 이 위원장의 지적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홍진환 jean@donga.com / 대구=원대연 기자
4·13총선 공천 후폭풍이 막장으로 치달으면서 새누리당 수도권 후보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당이 선거를 도와주기는커녕 공천 갈등으로 표를 깎아먹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체 지역구 의석수(253석)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수도권(122석)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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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총선 때보다 지금 분위기가 더 안 좋다”며 “야당의 발목 잡기보다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상황이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면전에서 명함을 찢어 버리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위원장이 “바보 같은 소리” 운운하며 김 대표의 감정을 자극해 내홍을 더 키웠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에서 27년 만에 서울 관악을을 탈환했던 오신환 의원은 “김 대표가 옥새를 가지고 (부산에) 내려갔다는데 빨리 일단락이 되고 당이 하나로 가야지 시간을 끌수록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 재기를 노리는 수도권 전직 의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조전혁 전 의원(인천 남동을)은 “(전통적인 여당 지지층인) 노인들도 이번에는 ‘새누리당 당신네 찍기 싫어’라는 말씀을 많이 한다”며 “계파를 떠나 공관위도 문제고 최고위원회도 문제고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시스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양석 전 의원(서울 강북갑)은 “가는 데마다 지지층이 정색을 하고 항의한다”며 “전쟁터에 병사들을 내보내놓고 당이 이러니 정말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 대표의 (무공천) 결단이 분란의 종식이어야지 또 다른 분란의 시작이 된다면 정말 힘든 지경”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새누리당이 공천 과정에서 최고 권력의 눈치만 보는 ‘청와대 2중대’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탈당한 유 의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이날 공관위 활동을 마친 소회를 밝히며 유 의원을 향해 “꽃신을 신고 꽃길만 걸어오다 우리 당을 모욕하고 침을 뱉으며 자기 정치를 위해 떠난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어 “정치적 희생양 행세를 하는 것도 시급히 청산해야 할 구태정치”라며 “그분(유 의원)은 버려진 것이 아니고 스스로가 국민이 부여한 집권 여당의 무거운 책임을 던져 버렸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의 비판에 대해 유 의원은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경북 영주에 있는 부친 유수호 전 의원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무소속 행보를 시작했다. 대구 동을 지역구 사무소에서는 지지자 100여 명을 만나 탈당과 무소속 출마 경위를 설명하며 “반드시 승리해 당으로 돌아오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유 의원은 남은 선거 기간에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서 ‘낮은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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