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3일 수요일 맑음. 복권. #201Rush ‘2112’(1976년)
17일(현지 시간) 미국 오스틴 컨벤션센터에 SXSW 뮤직 페스티벌 기조연설자로 나선 음악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비스콘티는 그런 기대를 깨부쉈다. 처음부터 자기 얘기를 잔뜩 했다. 근데 미워할 수 없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레코드판의 울림과 부엌의 상관관계를 추측한 유아기 이야기부터 프로듀서로 진로를 정하게 된 이야기까지, 그는 ‘이래도 안 궁금해? 재미는 있지?’라고 말하듯 신들린 언변을 숨 가쁘게 풀어냈다.
강연 중반, 마침내 보위란 이름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을 때, 좌중에서는 박수와 환호마저 튀어나왔다. ‘아 참, 우리가 기다린 게 이거였지!’
거기까지였다. 보위 얘기…. “요즘 제가 집필 중인 소설 원고를 좀 갖고 와 봤어요. 읽어드려도 될까요?” 좌중 침묵…. 근데 다행이었다. ‘유니버스(The Universe·가제)’라는 그 소설은 이날 강연의 감동적인 하이라이트를 이뤘으니까. 얘기는 이렇다.
배경은 미래. 2020년 북미를 강타한 허리케인 에스페란자와 사상 최악의 엘니뇨로 해외여행이 금지된다. 음악시장 몰락으로 대형 음반사는 ‘유니버스’ 한 곳만 남는다. 유니버스는 매주 대중의 인기를 끌 신인을 하나씩 내놓고 매스미디어를 도배하는 대대적 홍보를 벌인다.
주인공은 지미 헨드릭스의 지독한 팬인 음반사 임원. 획일화한 음반시장에 신물을 느끼던 그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헨드릭스의 음악을 헨드릭스 이상으로 잘 연주하는 신동을 발견하고
비스콘티는 TV 오디션 쇼와 흥행 예측 복권이 융·복합된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음반시장의 미래로 봤다. “TV 쇼에 나간 스타를 보세요. 멋진 헤어와 의상으로 단박에 ‘데이비드 보위’가 된 그는 스타덤에 오르죠. …딱 다음 주까지만 말이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