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모비스 양동근이 오리온 한호빈의 수비를 피해 슛을 쏘고 있다. 울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하지만 양동근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뜨끈한 설렁탕 국물을 한 술 뜨며 “PO에서 ‘우리 팀이 진짜로 안 되는구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잘할 수 있는데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공격에서 모비스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고 했다.
전날 저녁에 이어 이날 아침 식사도 굶었다는 양동근은 설렁탕에 밥 한 공기를 말아 먹은 뒤 내장탕 한 그릇을 추가로 시켰다. 그는 “1, 2차전에서 오리온 공격을 70점 밑으로 묶는데 성공했지만 앞서고 있을 때 점수 차를 벌리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양동근은 “무리하게 슛을 쏜 건 아니지만 자신 있게 슛을 쏘지도 못했다”며 “슛이 안 들어가다 보니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급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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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은 누구도 안 무서워요. PO 때 키가 큰 (최)진수나, (김)동욱이가 막아도 상관없었어요. 그런데 다음 도움 수비가 오는 게 큰 부담이었어요. 그럴 때는 순간 미스 매치(단신이 장신을 막고, 장신이 단신을 막게 되는 상황)를 유도해서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리온은 틈이 안 나더라고요.”
공격 조율부터 삐걱거렸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하던 양동근은 좋아하는 소 무릎뼈 수육이 나오자 다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양동근은 “큰 경기에서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는데 우리는 딴 짓을 하거나 생뚱맞은 플레이를 해서 내가 농담으로 우리도 모두 미쳤다고 했다. 저도 코트 위에서 생각이 많아져서 벤치에서 아무리 큰 소리로 작전 지시를 해도 듣지 못했다”며 웃었다.
결과야 어찌됐건 양동근에게는 이번 PO가 유재학 감독의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양동근은 “감독님의 전략은 늘 적중해 반문이 생길 수 없다”고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유 감독과의 소통은 잘 되느냐고 묻자 “수비 전략의 대부분은 감독님이 먼저 ‘너희들이 편한 방법은 무엇이냐. 나는 이렇게 생각 한다’고 묻고 저희가 답을 주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챔피언결정전 4연속 우승 도전에 실패한 양동근에게 다시 농구공을 잡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양동근은 “자식이 있으니까 농구를 한다. 모든 아빠의 마음이 아닐까. 결혼을 일찍 안 했으면 은퇴했을 수도, 우승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국가대표는 조심스럽게 사양하고픈 마음이다. 양동근은 “내가 국가대표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도 일찍 국가대표가 되서 많은 경험을 얻었다. 후배들도 나처럼 충분한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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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