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학연구원이 본 ‘제재 속 북한’
북한 마식령스키장에 있는 호텔 룸서비스의 음료 및 주류 가격표. 올레크 키리야노프 연구원 제공
마식령스키장은 북한이 대북제재를 뚫고 스위스에서 리프트 장비와 스노모빌 등을 들여와 논란이 됐던 곳이다. 제재 효과는 의외의 분야에서 확인됐다. 북한은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마식령호텔의 룸서비스 가격을 코냑 레미마르탱 XO 1병에 7만4300원, 시바스리갈 위스키 21년산에 6만300원(이상 북한 원화)이라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각각 책정했다. 북한 공식 환율(1달러는 100원)로 환산하면 레미마르탱은 743달러(약 86만 원), 시바스는 603달러(약 71만 원·이상 한화)다. 서울에선 이 술을 20만 원 내외(마트 기준)면 구입할 수 있다.
마식령호텔의 식빵(190원), 스파게티(780원) 가격은 오히려 서울보다 저렴했다. 스키 장비 대여료도 스키 1100원, 스키복 800원으로 책정됐다. 위스키만 대동강맥주(280원·이상 북한 원화)의 265배 가격에 팔리는 건 제재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고급 양주는 북한의 2006년 1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 1718호에서 언급된 대표적인 금수품목(사치품)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제재 효과는 평균 2년 이후부터 나타난다”며 “3월 채택된 최신 제재의 효과도 시차를 두면서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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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평양에서 자동차 홀짝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한산한 평양에서 자동차 홀짝제를 시행하는 것은 대북제재(석유 수출 금지)에 대비한 에너지 절약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키리야노프 연구원은 “북한 측은 오래전부터 홀짝제를 시행해 왔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3월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 항공유는 금수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자동차용 휘발유 경유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