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드라마가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는 단계까지 왔다. 어제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친박근혜)계가 비박(비박근혜)-유승민계를 탈락시킨 공천관리위원회의 ‘3·15 공천’ 결정을 수용하라고 요구하자 김무성 대표는 “그런 것은 독재정권 때나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김 대표는 “공관위와 충돌하면 (대표도) 사퇴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친박계의 압박에 “유승민 카드를 가져오지 않으면 사퇴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 의원 지역(대구 동을)을 경선에 부치지 않을 경우 물러날 각오를 밝혔다.
친박계는 최고위원회의 등 당 지도부를 해체하고 원유철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총선을 치를 복안을 갖고 있다. 이에 김 대표는 “최고위 해체가 아니라 공관위를 먼저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이날 예정됐던 공관위는 이한구 위원장이 취소해 이틀째 열리지 못했고 최고위는 밤늦게까지 ‘유승민 문제’로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관위는 사실상 유 의원의 낙천을 결정한 상태다. 이 위원장은 어제 “유 의원이 초선도 아니고 원내대표까지 지낸 사람이니 걱정스러운 당 상황을 알지 않겠느냐”며 “본인이 (결단)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공관위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유 의원 스스로 불출마하거나 탈당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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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은 지난해 10월 “(유승민계가)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압력이나 처벌을 받는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새누리당에선 이미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동족상잔’ 선거구가 10곳 안팎이다. 유 의원과 사퇴 각오를 밝힌 김 대표까지 합세하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신적 분당(分黨)’을 넘어 ‘물리적 분당’으로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월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정강·정책 연설에서 “당헌·당규에 상향식 공천이 규정돼 있었지만 그동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힘 있는 소수가 좌지우지한 공천을 바로잡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당헌·당규는 물론이고 정치개혁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