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부패 수사를 피하기 위해 면책특권이 있는 수석장관직(사실상 총리 역할)을 맡은 이후 브라질 정국이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다.
브라질리아 연방법원은 17일(현지 시간) 룰라의 수석장관 임명에 대한 효력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타지바 카타 프레타 네투 판사는 “비리 의혹에 대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관에 임명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브라질 의회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재개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룰라를 불러들이는 꾀를 냈다. 하지만 이런 꼼수가 오히려 잠잠해지던 탄핵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광고 로드중
호세프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이 커지면서 17일 브라질 증시는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현 정부가 퇴진하면 경제에 득이 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날 브라질 주가지수 ‘보베스파’는 전날보다 6.60% 상승한 5만913.79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도 달러당 3.6280헤알까지 떨어지면서 헤알화 가치가 하루 만에 3.1%나 급등했다.
17일 룰라의 장관 취임식에 맞춰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는 이날 아침부터 수천 명의 반(反)정부 시위대가 중심가 파울리스타 대로에 몰려나와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룰라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