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세기의 대국’ 이후] [이세돌이 복기한 알파고와의 일주일]<1>첫 대면서 완패 좌하쪽 알파고 행마 버그 수준…대국 끝난뒤 구글팀에 귀띔해줘
알파고와의 대국 이틀 전인 7일 명인전 우승 시상식에서 나는 “한 판이라도 지면 나의 패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만큼 알파고를 몰랐다.
내가 1국에서 패한 뒤 밖에서는 ‘정보 비대칭에 따른 불공정’ 얘기가 나왔다. 내 기보는 모두 알파고가 알고 있는데 알파고의 실력을 알 수 있는 기보는 내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 대회에서도 전혀 몰랐던 신예 기사와 맞붙을 때는 그 기사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둔다. 그래서 뜻밖에 강한 신예를 만나면 질 때도 있는 법이다.
지난해 10월 알파고가 판후이 2단과 둔 기보는 봤다. 여러 번 얘기했듯 그때 알파고는 분명 나의 적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에도 기보만으로는 상대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게 지론이다. 실제 대국을 두면서 느끼는 수많은 무형의 정보는 기보로는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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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국에선 초반에 실패해 내가 유리한 순간이 없었다. 하지만 많이 쫓아가 격차를 좁힌 적은 있었다. 좌하에서 큰 집을 만들었을 때이다. 알려지지 않은 얘기지만 대국이 끝난 뒤 구글 측에 좌하 쪽에서 알파고의 행마는 ‘버그’ 수준이었다고 얘기해줬다.
흔히 알파고의 승착이라고 하는 우변 백 1(실전 102)은 대국이 만만치 않은 승부로 바뀌었다는 점을 입증한다. 알파고가 이런 식의 과감한 수를 던지는 것은 온건한 방식으로는 이기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백 1이 오기 전에 ‘가’로 먼저 들여다봤으면 백 1의 파괴력이 줄었다는 게 나중 검토였지만 당시 알파고가 이런 수를 둘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 수를 당해선 이기기 힘들었다. 마지막 우하귀 처리에서 실리를 빼앗긴 것도 실수지만 그땐 제대로 뒀어도 한 집 반 또는 반집 정도 불리했다.
알파고는 이상한 수를 두다가도 정확한 타이밍에 승부수를 던지는 힘이 있었다. 1국은 졌어도 큰 아쉬움은 없었다. 몰라서 졌고, 오판해서 졌고, 초반 근접전에서 실패해서 졌다. 예상 밖으로 진 것 자체는 충격이었지만 인간끼리의 승부에서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니까. 오히려 2국을 정신 차리고 둘 수 있는 보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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