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400여개 도시서 처벌 촉구… 상파울루 140만명 등 역대 최대규모
“호세프, 룰라 모두 감옥에 보내야 한다.”
주말인 13일 브라질의 400여 개 도시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부패 의혹에 휘말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했다. 또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현 정부의 퇴진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는 역대 최대 규모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상파울루에만 140만 명이 모이는 등 전국적으로 300만 명(경찰 추산·시위대는 600만 명 참가 주장)이 시위에 참가했다. 상파울루 중심가 파울리스타 대로에만 45만 명이 집결했다. 군사독재 정권 말기인 1984년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였던 민주화 시위를 넘어서는 규모다. 심각한 경제난과 전·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는 노란색과 녹색으로 된 브라질 축구팀 셔츠를 입고 나와 국가를 부르며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유럽 등 해외 20여 곳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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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결과 20억 달러(약 2조3800억 원)로 추산되는 임원들이 받은 뇌물 중 일부가 정치권에 흘러간 것으로 확인돼 일부 인사들이 구속됐다. 수사 대상에 오른 정치인만 54명에 이른다.
임기 말 지지율이 90%에 육박했던 룰라 전 대통령(2003∼2010년 재임)은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 이미지를 한순간에 잃었다. 그는 페트로브라스와 관련해 건설회사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4일 강제 구인돼 조사를 받고 3시간 만에 풀려났다. 검찰은 룰라 전 대통령이 뇌물로 받은 돈을 세탁하기 위해 호화 저택을 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며 버티고 있는 호세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룰라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 수석장관직(총리)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법률상 연방정부 장관은 연방 검찰이나 주 검찰에 구속되지 않고 연방 대법원에서만 재판을 받기 때문이다. 검찰이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룰라 전 대통령은 조만간 수석장관직 수락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는 경기침체 장기화, 좌파 정권의 방만한 재정 운영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3.8%였다. 1990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로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는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브라질 경제는 마비됐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시위가 2013년 시위처럼 국민 저항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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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