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가 “길에다 버렸다”던 ‘평택 실종 아동’ 원영이가 그제 주검으로 돌아왔다. 계모는 평소 원영이가 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때리고 굶기며 학대를 일삼다가 지난해 11월부터는 아이를 차가운 욕실에 가뒀다고 한다. 지난달 1일에도 아이에게 표백제와 찬물을 뿌려댄 계모는 다음 날 죽음을 확인하고 열흘간 시신을 베란다에 방치하다 암매장했다. 어린 자녀에게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 것인지 통탄스럽다.
원영이의 죽은 한이나마 풀어줄 수 있었던 것은 아이가 입학할 예정이었던 학교에서 발 빠르게 경찰에 신고를 한 덕분이었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매뉴얼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입학식 다음 날까지 미취학 아동 현황을 파악하고, 입학식 5일 이내에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가 주민센터에서 넘겨받은 취학 명부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만 있어 보호자의 연락처를 알 수 없다. 학교가 요청해도 주민센터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부하면 알아낼 방법도 없다.
교육부는 매뉴얼을 발표하면서 부처 간 협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개학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달라진 게 없다. 일부 교육청에선 아직까지 미취학 현황을 집계하지 않는 등 늑장이다. 이래서야 아동학대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한가한 업무 대응 때문에 어디선가 희생당하는 또 다른 원영이가 나오면 어쩔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