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미술관 ‘뉴 올드’전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폴커 알부스의 ‘픽셀-페르시아 양탄자’, 프랑크 빌렘스의 스펀지 쿠션 의자인 ‘플뤼 드 마담 루벤스’, 질비아 크뉘펠의 ‘주거수칙 시리즈: 게으름뱅이 옷장’, 안락의자를 은색 테이프로 감아 만든 요한 올린의 ‘지저스 퍼니처’. 구식 생활용품과 가구의 현실적 재생 방법을 위트 있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독일국제교류처(ifa)가 기획한 이 디자인전 프로그램은 2011년 5월 이스라엘 홀론디자인뮤지엄 전시를 시작으로 세계를 순회하고 있다. 주제와 어울리는 작업을 해온 현지 작가를 섭외해 참여시킨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 작가 7팀과 유럽 및 미국 작가를 포함해 52팀이 제작한 가구, 생활용품, 도자기, 영상 등 8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주세균의 ‘트레이싱 드로잉 시리즈’. 밋밋하게 구워낸 도기 위에 고려청자 문양 이미지를 연필로 세밀하게 그려 넣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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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명 작가의 ‘더 라인스’는 크뉘펠보다 한층 정돈된 방식으로 전통 양식을 재해석했다. 그의 수납장은 나무 프레임에 무채색 고무 밴드를 입혀 만들었다. 수납장 전면부에 문짝 대신 수직으로 교차시켜 고정한 고무 밴드는 한옥 문창살 패턴의 소박한 미감을 경쾌하게 수용한 장치다. 밴드 틈새를 벌리는 동작 하나로 ‘문고리를 잡아 열고 닫는’ 과정을 대체했다. 단순한 조합이지만 편의성과 외양 모두에서 장점이 돋보인다.
양웅걸 작가는 전통 목재 소반에 가죽과 도기 등 새로운 소재를 끌어들여 합성했다. 소반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흩뜨리지 않으면서 새 재료의 특성을 살려 용도와 규격을 다변화했다. 옛 좌식 문화가 낳은 유물을 현대적 입식 생활방식에 재생시킬 방법을 제안한 것. 주세균 작가의 ‘트레이싱 드로잉 시리즈’는 도기 위에 옛 청자의 이미지를 연필로 정교하게 그려 넣음으로써 전통의 현대적 의미를 직설적으로 캐묻는다. ‘정직’ ‘노력’ 등 사회에서 옳다고 여기는 단어를 추린 뒤 그 형태를 회전시켜 그릇을 주조한 ‘텍스트 병 시리즈’는 디자이너의 고민을 물질의 영역 너머로 확장한 시도로 읽힌다. 2000∼3000원. 02-880-9504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