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대북제재 돌입] 3일 들어오기로 했던 北 화물선, 유엔 제재안 통과 후 감감무소식
4일 중국 산둥 성 르자오 항 부둣가에 여러 대의 대형 고가 크레인이 줄지어 서 있다.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한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 군부의 광물 해외 수출 등이 금지된 가운데 인공기를 단 북한 화물선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르자오=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부두에서 나올 때는 차량의 트렁크를 열어 불법으로 반출되는 물품이 없는지를 꼼꼼히 검사했다. 예외는 없었다. 이곳은 르자오 항의 10여 개 화물부두 중 북한산 석탄이 하역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북한산 석탄 반입이 엄격히 금지되면 뚜렷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곳이다.
차를 타고 정문을 통과해 ‘북한의 석탄운반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항구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짙은 안개가 낀 항구로 들어가자 2차로 도로 양쪽으로 광물이 야적돼 있었다. 자동차로 2∼3km 이상을 달려도 야적장이 끝없이 이어졌다.
마침 배가 정박돼 있는 부두 옆으로는 차량이 접근할 수 있어 바다 쪽으로 바짝 다가가 선박을 살폈다. 대형 크레인 30여 대가 위용을 자랑하듯 줄지어 늘어선 뒤로 정박된 선박 가운데 북한 인공기를 단 배는 보이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르자오 항을 자주 드나든 북한 선박 이름은 ‘황금’을 뒤집은 ‘금황(金黃)’”이라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제재 대상으로 적시한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유 선박 31척에 금황호가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소식통은 “금황호가 한참 전부터 르자오 항에 입항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르자오 항에 북한 화물선이 입항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라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중국 경기 침체로 석탄 수요가 감소한 데다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 품질이 낮은 북한산 석탄 도입을 줄인 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여기에 르자오 항이 4000t 이하 선박 입항을 제한하고 입항 하역료를 인상한 탓도 없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년 동안의 안보리 제재 중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이라고 평가받는 제재까지 가해지면서 이제 ‘르자오 항=북한 석탄 수입항’이라는 말은 옛얘기가 될 것 같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입항하는 북한 선박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북한과는 이제 손을 떼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한 소식통은 안보리 제재가 북한 광물 거래를 차단하면서도 민생용 석탄 수출을 허용한 것은 제재를 회피하는 ‘구멍’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석탄 판매대금이 민생용으로 쓰일지, 미사일 개발 같은 군사용으로 사용될지 누가 확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르자오=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