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작가 염동규-김채영 씨
《 #장면1 대학원 세미나 후 뒤풀이 자리.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자 제자에게 “발표도 잘하고 술도 참 잘 따르네. 따로 한번 지도해줄게”라면서 귓불을 만진다. 다른 학생들은 애써 모른 척한다.
#장면2 ‘조교 주제에, 잘못했으면 싹싹 빌어야지.’ 지도교수는 사소한 실수를 한 학생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찌른다. 학생이 사과하지 않자 무차별 주먹질이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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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웹툰의 한 장면들.
지난해 말부터 네이버와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동시 연재 중인 이 웹툰은 교수들의 ‘갑질’과 학생들의 부당한 처우, 학내 성희롱, 연구 가로채기 등 상아탑 속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공감이 간다’는 누리꾼들의 호응 속에서 매회 조회수가 1만 건에 이른다. 이 웹툰의 스토리를 담당하는 염동규 씨(25·고려대 국문과 석사과정)와 그림을 그린 김채영 씨(21·서울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최근 만났다.
“지난해 8월부터 준비했어요.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차원에서 학내 여러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제는 대자보를 써도 안 되잖아요. 웹툰을 만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죠. 여러 학교에서 제보를 받으면서 웹툰을 그릴 사람을 찾았습니다.”(염 씨)
“의뢰가 올 즈음에 한 대학교수가 제자를 폭행하고 인분까지 먹인 사건이 발생했죠. 대학원 내 문제는 우리가 몰랐을 뿐이지 없었던 일은 아니잖아요.”(김 씨)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학술국장인 염 씨가 취재하거나 제보 받은 내용을 정리해주면 김 씨가 웹툰을 그린다. 3회에서는 지도교수의 지시로 자신이 쓴 논문에 선배 이름을 올리는 장면과 함께 “우리가 학생인 줄 알아? 착각하지 마. 우린 노예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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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도교수를 바꾸려면 지도교수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 등 학생들이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이를 고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 말하고 싶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을 연재 중인 김채영(왼쪽) 염동규 씨. 이들은 “학생들이 학문적 문제 외에 시달림을 받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