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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철수의 리더십 결핍, 국민의당 자중지란 불렀다

입력 | 2016-03-04 00:00:00


어제 부산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 통합 제의에 대해 “필리버스터 중단에 따른 국면 전환용으로 비겁한 공작”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제 이름은 안철수입니다. 철수 안 할 겁니다. 진짭니다”라는 반격 메시지도 날렸다. 그러나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 나머지 의원들은 몇몇을 빼곤 솔깃해한다. 이대로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져들 게 불 보듯 뻔하다.

그제 박지원 의원의 입당으로 국민의당 소속 의원은 18명으로 늘어났다. 모두 더민주당이 싫어 떠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다시 합치거나 몸을 의탁해도 좋을 만큼 더민주당이 변한 게 뭔가. 달라진 게 있다면 국민의당일 것이다. 창당 전 더민주당을 능가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잡탕 인사’들이 참여하고 안보 이슈에서 정체성이 오락가락하면서 지지율이 더민주당의 절반도 안 되는 8%(한국갤럽의 2월 넷째 주 조사)까지 급락했다. 이런 위기가 소속 의원들의 마음을 흔드는 주된 동력이다.

국민의당은 창당발기취지문에서 “시대변화에 뒤처진 낡고 무능한 양당체제의 종언을 선언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타협을 모른 채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당 정치에 실망한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6억 원의 국고보조금도 받았다. 그러나 제3당으로서의 역할을 보여준 적이 없다. 안 대표는 1일 창당 한 달 기자회견에서 “부족함을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안 대표는 주요 정치 고비마다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몸집 키우기에 주력한 탓에 이번에는 더욱 존재감이 약했다. 그렇다 쳐도 통합 부채질에 소속 의원들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니 국민에 대한 배신이 따로 없다.

안 대표는 여러 차례 소신을 접는 ‘철수 정치’를 한 전력이 있는 터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그래도 소속 의원과 지도부까지 야권 통합이나 후보단일화에 동조할 경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국민의당의 운명은 안 대표에게 달렸다. 자신만 대의명분을 추구해선 안 된다. 소속 의원들이 공감하고 동참하도록 정치생명을 걸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제3당의 길도, 대선의 길도 열린다. 그러지 못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