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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해고 힘들어진 트럼프

입력 | 2016-03-03 03:00:00


도널드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이지만 미국 NBC 방송의 비즈니스 리얼리티쇼를 진행하면서 “넌 해고야”라는 말로 ‘비호감’의 인기를 끌었다. 그가 1일 미국 12개 주에서 동시에 벌어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승리했다. 공화당은 이제 트럼프를 ‘해고’하기 힘들어졌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된다고 해서 놀랄 것도 없다. 그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지지와 티파티 운동으로 분출했던 공화당 내 밑바닥 정서가 더 과격하게 분출한 것이다.

▷트럼프 하면 독설이다.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멕시코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권자는 그를 싫어하든가 좋아하든가 둘 중 하나지만 트럼프는 모두에게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그가 슈퍼 화요일의 승자로 결정되자 돌변했다. 평소의 공격적 발언이 사라졌다. 미국 CNN 방송이 “우리가 본 저 사람이 트럼프 맞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강경 이민정책을 뒤집는 발언을 한 오프 더 레코드 인터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경쟁 후보들은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라고 야단이다. 그러나 평소 ‘믿거나 말거나’인 트럼프가 인터뷰 내용이 공개된다고 해서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지 않다. 독설은 전략에 따른 연기였는지 모른다. 다만 독설은 ‘넌 해고야’처럼 트럼프의 성격에 딱 맞는 리얼리티 연기였다. 엔터테이너 기질이 좀 있다고 해서 성격에도 안 맞는 통합주의자(unifier)의 캐릭터까지 잘 연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세다. 트럼프가 본선에서 클린턴과 맞붙는다면 지는 것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는 보호무역주의로 미국을 불황으로 몰아넣고, 외교적 고립주의로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 후퇴해 중국을 신나게 해줄 수도 있다. 한국에 대한 ‘쥐꼬리만 한 방위비용 분담금’이란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우리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