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임기 만료 7곳중 5곳 교체
하나금융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하나카드를 포함한 5개 계열사의 CEO를 각 사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2일 밝혔다. 하나카드 사장에 정수진 하나저축은행 사장, 하나생명 사장에 권오훈 전 KEB하나은행 부행장, 하나저축은행 사장에 황종섭 전 KEB하나은행 부행장, 하나에프앤아이 사장에 정경선 전 KEB하나은행 전무, 하나금융투자 사장에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임추위는 또 하나금투 사장 내정으로 공석이 된 이진국 사외이사의 후임에 박원구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교수를 추천했다.
이번에 내정된 하나금융 계열사 CEO 5명 가운데 4명이 은행 출신이다. 특히 글로벌 감각과 영업 능력을 인정받은 부행장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외환은행 출신인 권오훈 신임 하나생명 사장은 해외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지난해 말까지 하나금융 최고글로벌전략책임자(CGSO)를 지낸 하나금융의 대표적인 ‘글로벌 전문가’로 꼽힌다. 보험업계에서는 권 신임 사장의 부임으로 현재 생명보험업계에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하나생명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에 내정된 CEO 중 유일하게 비(非)은행 출신인 이진국 신임 하나금투 사장은 하나금융이 아닌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신임 사장은 1989년 신한증권에 입사해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지낸 정통 ‘신한맨’이다. 특히 2000년대 초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 합병 후 조직 통합과 혁신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경력도 있다.
순혈주의가 강한 국내 금융권에서 경쟁 금융사에서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인물을 CEO로 영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지난해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긴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은 CEO가 아닌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이 신임 사장을 영입하려고 했지만 외부 인사를 곧장 계열사 CEO로 보내는 것에 대한 조직 내 반발 등을 우려해 1년간 지주 사외이사로 경험을 쌓게 했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충청 보람 서울은행에 이어 최근 외환은행까지 인수하며 성장해온 만큼 외부 인사에게 배타적인 ‘순혈주의’가 적은 편이다”며 “출신에 관계없이 능력이 뛰어난 인사를 영입해야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