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장편 ‘피에로들의 집’ 낸 소설가 윤대녕 씨
《 오래 놓았던 원고를 들었다. 500장쯤 써놓고 덮은 것이다. 공통점이라고는 ‘상처’뿐인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소설가 윤대녕 씨(54)가 2005년 장편을 펴내고는 시간이 많이 지났다. 작가의 고백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은 커져” 장편 쓰기가 망설여졌다. 2년 전에야 다시 노트북을 켜고 수년 전 쓰다 접은 원고를 불러냈다. 새 장편 ‘피에로들의 집’(문학동네)은 그렇게 시작됐다. 》
소설가 윤대녕 씨는 “‘아몬드 나무 하우스’라는 공간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유대감을 회복하고 타자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문학적 고집이 있었는데…벗어난 느낌이다”라고 윤 씨는 털어놨다. 그는 1990년대의 대표작가다. ‘은어낚시통신’을 비롯한 그의 소설들에는 ‘존재의 시원(始原)으로의 회귀’라는 유명한 평이 상징처럼 함께했다. 작가 역시 존재론적 고찰이라는 주제 의식을 오랫동안 붙잡아 왔다. 그랬던 그의 새 작품은 전과 다르게 ‘리얼하다’. 앞선 작품들보다 빨리 읽힌다. 특유의 시적인 문장 대신 문체가 담백해지기도 했지만 연예인의 성 접대, 학생폭력 같은 이슈들이 등장해 사회 체감을 높인다. 이 변화에 대해 그는 “스스로 기성세대가 됐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대녕 씨의 새 장편 ‘피에로들의 집’에는 영화와 그림 등 이미지가 등장해 소설 장면을 연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주인공 김명우가 본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 한 여배우에게 복제품 선물을 받은 호퍼 그림 ‘주유소’, 작품 중 등장하는 빈센트 반 고흐의 ‘꽃 핀 아몬드나무’(맨 위부터).
연구년을 마치고 개강을 맞아 학생들 앞에서 다시 문학을 가르치게 된 그는 “문학에 환호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지만 그렇다 해도 삶은 필연적으로 이야기를 통해 존속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다시 또 쓸 수밖에 없고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라는 말로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