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재원.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류현진 대신 SK행…7년간 마음고생
선배의 중요성…내가 실천해야 할 때
후배들과 시너지…올해 20홈런 목표
SK 포수 이재원(28)은 서글서글한 인상과 달리, 프로 입단 후 오랜 시간 마음고생을 한 선수다. ‘류현진을 거르고 뽑았다’는 시선, 그리고 자신의 포지션인 포수로 마음껏 뛰지 못한 아픔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묵묵히 걸었다. 그리고 당당한 SK의 주전 포수로 성장했다. 이재원과 함께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고 팀을 위한 진심을 들어봤다.
● 류현진과 포수 포지션, 7년간의 마음고생
청소년대표팀 주전 포수였던 이재원이 오른손 대타요원으로 출장 기회가 제한된 것과 달리, 비교대상이었던 류현진은 첫 해부터 한화에서 MVP(최우수선수)와 신인왕을 석권했다. ‘왼손 스페셜리스트’라는 꼬리표도 주전을 꿈꾸는 그에게는 달가울 리 없었다.
이재원은 “인천 출신이기 때문에 꼭 SK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선수들이 많아 ‘내가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입단하고 (류)현진이 얘기와 함께 욕도 많이 먹었다”고 떠올렸다.
비난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자신의 포지션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타격 재능은 오히려 그에게 ‘족쇄’가 됐다. 그는 “포수로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부족했다. 어릴 땐 어깨는 좋았어도 ‘공을 어떻게 잡아 던져야 하는지’ 같은 기본기가 부족했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몰랐던 부분도 많은 코치님들을 통해 배워나갔다”고 밝혔다.
● 선배의 중요성, 포수진 이끄는 이재원
당시 선배들 덕에 이재원은 지금도 후배들을 살뜰히 챙긴다. ‘나도 선배들처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후배 김민식(27)과 이현석(24)을 이끌며 박경완 코치의 강훈련을 버텨내고 있는 그는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후배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 주전 포수 이재원, 목표는 ‘시너지’와 ‘20홈런’
올해는 선배 정상호(34·LG)의 FA(프리에이전트) 이적으로 주전 포수의 기회가 왔다. SK가 ‘포스트 박경완’으로 점찍고 1차지명한지 정확히 10년만이다. 이재원은 “작년에는 (정)상호 형과 반반씩 나눠 출장했다. 힘들면 의지할 데가 있는 게 장점이었지만 단점이기도 했다. 주전으로서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수비에 집중하다 보면 아무래도 타격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게다가 2년간 포수로 뛰며 시즌 막판 타율이 하락세에 빠지는 경험도 했다. 그는 “체력 문제에 대해 준비를 잘하고 있다. 또 밑에 워낙 좋은 후배들이 있어 시너지 효과를 잘 내면 충분히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도 좋은 기량을 가졌기에 경험만 쌓으면 어느 팀 못지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