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행장, 유럽 IR 나섰지만 현지 투자가들 소극적 반응 공자위 “무리한 매각 대신 배당 확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해외 투자가들이 몸을 사리면서 우리은행 민영화가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제값을 받고 팔 수 없는 상황에서 지분 매각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기보다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며 시장 여건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분위기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16∼26일 11일간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주요 금융 중심지를 돌며 투자설명회(IR)를 진행했다. 현지 투자자들은 우리은행의 최근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리긴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투자가들이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공자위도 한발 물러서는 기색이다. 윤창현 공자위 민간위원장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다보니 기존에 있던 지분 매수 희망자마저 떠나가는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는 것보다 배당을 확대하는 것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위원장은 “금융당국에 우리은행의 가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배당확대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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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만 바라볼 수 없었던 이 행장은 이달 유럽을 방문해 연기금 등 굵직한 31개 투자가들을 만났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유럽에서 은행발(發) 금융위기설이 부각되며 대형 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시기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유럽은행발 금융 리스크 등으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이라며 “현지에서 우리은행의 투자 매력을 적극 홍보했지만 구체적인 지분 매입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IR 기간인 17∼25일 외국인이 우리은행 주식을 360만 주 순매수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도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라며 “조만간 공자위 회의에서 유럽 IR 결과와 배당 규모 등에 대해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