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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치밀함 잃어가는 충남도

입력 | 2016-02-29 03:00:00


지명훈 대전충청취재본부

19일 부산시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수산대학 국내 후보지로 확정됐다. 유치에 실패한 충남도는 이날 ‘서해안의 가능성을 봤다’는 제목의, 분발 다짐보다 자위(自慰)가 더 많은 보도자료를 냈다. 유치전을 통해 충남 서해안이 수산자원의 보고이고 그에 따라 수산 균형발전을 위해 앞으로 서해안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을 정부에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 중요한 자원을 가졌으면서 즉흥적이라 할 만한 유치전을 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제1의 항구도시이고 각종 수산시설이 밀집한 부산시는 최고의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산대학 유치를 위해 3년이나 공을 들였다. 2013년 1월 해양수산부에 세계수산대학을 한국으로 유치할 것을 먼저 제안해 주도권을 잡았다. 충남도는 정부가 수산대학을 유치하기로 하고 국내 후보지를 공모한다는 공문을 전국 시도에 보낸 올해 1월 12일에서야 유치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실패로 충남 도정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충남도가 타 지자체와 경쟁해 전략시설과 사업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시너지를 높이려는 노력에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충남도 고위 관계자에게 최근 수년간 전국적인 경쟁에서 유치한 중요 시설이나 사업이 뭐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지금 외부에 있어 자료를 봐야 알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마저 단번에 떠올릴 수 없을 정도란 말이다.

그러고 보면 실패의 기억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해 8월 전국 8개 시도가 맞붙은 국방신뢰성시험센터 유치전은 대전시가 가져갔다. 충남도는 육군훈련소와 3군 본부를 기반으로 논산·계룡 지역을 국방산업클러스터로 조성하려는 장기 전략을 오래전에 세워놓고 이 시설을 논산시에 유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렇지 않아도 국방대 이전 규모 축소로 실망한 논산시민들에게는 힘이 빠지는 소식이었다. 당진평택항 매립지 관할지역 분쟁에서 경기 평택시에 사실상 패배해 일부 땅을 넘겨주게 된 당진시민들은 분쟁 과정에서 충남도가 소극적이었다고 불만이다.

이런 실망스러운 소식이 이어지자 “안희정 지사가 개인 정치 일정에 바빠 도정 챙기기에 소홀한 것 아니냐”며 도지사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리는 일도 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안 지사의 재정정보공개시스템은 정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고 역간척(방조제 원상복구 또는 해수 유통) 사업 제안은 정부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안 지사를 홍보하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로 한때 충남으로 몰려왔던 수도권 기업들이 되돌아갈 판이다. 도정에 큰 전략과 치열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명훈 대전충청취재본부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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