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감정론/애덤 스미스 지음·김광수 옮김/760쪽·3만5000원·한길사
1부 1편 ‘적정성의 감각’ 말미의 이 문장을 한동안 곱씹었다. 법정 스님이 9년 전 동안거(冬安居) 해제 법회 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현장이 바로 도량(道場·수행처)”이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수 윤상은 2000년 발표한 앨범 ‘클리셰’의 수록곡 ‘백 투 더 리얼 라이프’에서 당시 한창 불붙기 시작한 방구석 인터넷 소통에 빠져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노래했다. “뭐 하고 있니. 어두운 방에 혼자서. 널 기다리는 사람들은 거기 없는데. 돌아와 너의 거리로. 따뜻한 피가 흐르는 세상 속으로….”
영국의 학자 애덤 스미스가 이 책을 발표한 1759년에는 ‘세상 사람 대부분’이 현실세계에서의 사교와 대화를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경험하며 생활했을 것이다. 250여 년이 흐른 지금의 사람들은 눈앞의 타인을 외면한 채 컴퓨터 모니터와 휴대전화만 응시하며 입맛에 맞게 골라 모은 사교와 대화에 취한 채 살아간다. 스미스의 고언(苦言)은 평정심을 놓아버린 자기불만의 비애와 분개가 이 시대에 어째서 이리도 흔해졌는지 되짚어 헤아리게 한다.
‘개개인의 이익 추구를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손’만 달달 암기한 후대 사람들은 이 인물이 마련한 사상체계의 초석을 외면했다. “사악하지만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수준보다 훨씬 높은 신용을 얻으며 일생을 보내는 일이 빈번하다”는 통찰에는 조금도 고리타분한 구석이 없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