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완공] 제주민군복합미항 준공 현장 르포
10년 우여곡절 끝에… 2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 연병장에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제주민군복합항은 49만 ㎡ 규모로 함정 20여 척과 15만 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귀포=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구럼비’로 불리며 반대 단체 회원들이 강제로 점령했던 강정해안 암반은 발파 4년 만에 함정이 정박하는 접안시설로 변신했다. 울퉁불퉁한 길이 있었던 언덕에는 지역주민과 함께 사용하는 종합운동장과 복합문화센터가 들어섰다.
○ 10년 우여곡절 끝 준공
제주해군기지 건설 계획은 1993년 합동참모회의에서 결정된 후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당초 예정용지인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진전 없이 논란만 반복되다가 강정마을회의 유치 결정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제주도와 국방부가 건설지역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의 반대 움직임에 외부 진보단체들이 가세하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깊어졌다. 대법원이 2012년 7월 해군기지 건설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반대세력은 공사장 차량 출입을 막는 등 불법 시위로 맞서기도 했다.
당시 대표적인 반대 이유는 ‘환경 파괴’였다. 반대 단체는 지난해 8월 해군기지 주변 해역에서 서식하는 연산호가 괴사하거나 생장을 멈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 어민이나 낚시객들은 방파제 공사에 들어간 테트라포드(TTP) 등이 물고기 집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어종이 몰려드는 등 해양생물이 다양해졌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강정지역의 한 스쿠버다이버는 “모래밖에 없던 해군기지 해역 주변에서 돌돔 벵에돔 다금바리 등의 고급 어종이 잡히고 있다”며 “연산호는 조류에 따라 서식환경이 변하는 특성이 있어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해양주권 전초기지 기대감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 남방 해상교통로를 지키고 주변국과의 해양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양 주권을 사수하는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이 해상에서 도발할 경우 제주해군기지가 허브 역할을 한다. 동·서·남해 전 해역으로 해군 전력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다. 해군 유일의 전략기동부대 제7기동전단은 이미 지난해 12월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제주해군기지로 이전해 대비 태세를 갖췄다. 제7기동전단은 이지스구축함(7600t급) 3척과 한국형구축함(4500t급) 6척 등 핵심 전투함 9척이 소속된 부대로 해군 전투력이 집약돼 있다. 1200t급 및 1800t급 잠수함 3척이 배치된 제93잠수함전대도 이전을 끝냈다. 제주기지전대도 창설된 만큼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는 효과가 클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군 관계자는 “제주 남방 해상교통로를 이용하는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한편 대량살상무기를 해상으로 수송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