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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훈 현대상선 대표 “거취와 처우 이사회에 일임”

입력 | 2016-02-26 18:24:00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배를 빌리고 배 주인에게 지불하는 돈) 인하 협상을 하고 있는 현대상선의 임원과 간부급 사원들이 향후 거취와 처우를 이사회에 맡기기로 했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용선료 협상을 기필코 해내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선주들 먼저’ 식으로 눈치싸움을 하는 선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는 26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표이사로서 현 상황에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저를 비롯한 임원, 팀장 등 간부급 사원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현재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향후 거취와 처우 일체를 이사회에 맡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저희 간부급 사원은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자구노력 이행을 통해 회사의 조속한 정상화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자구안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각오를 밝힌 것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간담회에서 “현대상선이 목숨을 걸고 용선료 인하협상을 해야한다”고 주문하는 등 채권단이 압박이 심해진 때문이다.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 없이 지원하는 것은 해외 선주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운용 중인 선박 125척 중 85척을 해외 선주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데, 업황이 좋을 때 고가에 장기계약을 맺는 바람에 현재 시세보다 3~5배에 이르는 돈을 지불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한 해에 용선료로 내는 돈만 약 2조 원이 넘는다.

산은은 현대상선이 4월 7일로 예정된 12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낸 사채권자 집회 공고를 통해 용선료 협상 시한을 다음달 31일로 정했다. 이 기간 안에 용선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협상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에서 선주들은 하나 같이 ‘일단 다른 선주들이 먼저 용선료를 인하한 뒤에 용선료를 낮추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며 “선주들의 눈치 보기에 결국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도 법정관리에 들어가서야 용선료를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성규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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