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영재교육 실태 진단
○ 영재교육원 들어가려면 사교육 받아라?
영재교육원은 선발 인원이 제한돼 있고 기관의 특성이 달라 상당수 교육원의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학부모 사이에서 영재학교나 과학고 입학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영재교육원 입학 경쟁은 더욱 치열해 입학을 위한 사교육이 만연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의 출제 문제를 분석한 결과 선행학습을 하거나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가 다수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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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성 검사인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에 대비한 교재 시장도 형성돼 있고, 글쓰기가 서투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재교육원 입학 서류인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을 가르치는 사교육 업체도 영업하고 있다. 이렇듯 사교육을 거쳐 영재교육 기관에 들어가는 것은 영재교육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재교육진흥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영재는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자’인데, 실제로는 사교육에 의한 선행학습으로 ‘만들어진 영재’가 선발되고 있는 것. 영재성이 잠재된 학생이 영재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개인적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 부실하고 변질된 영재교육
영재학급은 교육 프로그램의 질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재학급은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면서 교육청 지원이 줄어 수업에 필요한 교구, 실험 도구 등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육 프로그램도 부실해지고 있다.
영재학급이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영재학급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그 학생이 영재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의 수준도 사실상 자신의 학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영재학급의 모집 인원을 채우기 힘든 해가 많아 결정적 결격 사유가 없으면 지원자 대부분을 받아주는 등 영재학급 학생들이 영재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영재학급의 수는 2013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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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재교육기관의 유형별 현황을 보면 수학, 과학, 수·과학의 비율이 81.2%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보과학, 인문사회, 외국어, 발명, 음악, 미술, 체육 등 나머지 분야를 모두 합쳐도 18.8%에 불과하다. 과학고 입시나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중심으로 영재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연구위원은 “영재교육 도입 이후 현장의 여건, 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대상자 확대에만 치중하면서 여러 폐해를 낳았다”며 “앞으로는 양적 증가보다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