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3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의료분야 협력 및 중동 진출 계약 등을 추진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국내 대형병원 표정은 밝지 않다. “잘 뜯어보면 중동은 한국 의료계가 건질 게 별로 없는 시장”이라며 시큰둥해하는 분위기다.
복지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 방역통제센터를 설립할 때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에 자문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협력합의서(FOC)를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발원지이기도 한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방역통제센터가 없어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이다. FOC는 양해각서(MOU)보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은 합의다. FOC에는 양국의 병원 및 의료진이 교류하는 내용은 물론, 한국의 의료정보시스템(HIS)을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병원 300여 곳에 구축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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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분당서울대병원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맺었던 700억 규모의 사업 중 현재 킹압둘자지즈 소아병원 등 2개 병원에 IT 정보 시스템 구축이 완료됐고 의료진 60여 명이 파견됐다. 제약 분야에서는 제약단지 설립 및 의약품 수출 양해각서 등을 체결한 4개 제약사(비씨월드, JW홀딩스, 종근당, 보령제약)들이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국내 대형병원들은 중동 진출 및 투자에 소극적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대이란 규제 완화 및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계기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란 시장 진출을 놓고도 마찬가지다.
한때 중동진출을 고려했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현지에서 직접 병원을 운영하길 원하지만, 중동 병원 측은 노하우만 전수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진출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하다”라고 밝혔다. 이 병원은 현지진출보다는 중동 환자를 한국에 데려와서 진료하는 인바운드 형식의 의료사업만 추진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