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여 명의 뜻 모아 가신 분들 넋 위로합니다”
‘귀향’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은 “1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 분이 돌아가시면서 이제 남은 생존자는 45명이 됐다. 영화가 그분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조정래 감독(43)에게 24일 개봉하는 영화 ‘귀향’은 14년 동안 그려온 꿈이었다. “봉사활동을 다니던 중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처음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날 밤 그림 속 소녀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꿨고, 일본군 위안부들이 겪은 참상을 알리고 그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죠.”
그동안 ‘두레소리’(2011년) ‘파울볼’(2014년) 등을 연출한 조 감독. 하지만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3년 시나리오 초고가 나왔지만 제작비 조달이 쉽지 않았다. 결국 2014년 다수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총 7만5270명이 참여해 순제작비의 절반이 넘는 12억여 원을 모았다. “처음 펀딩을 할 때는 1000만 원을 모으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하루 만에 3000만 원 이상이 모였죠. 기적 같았어요.”
광고 로드중
영화는 당시 일본군 위안소 풍경, 위안소 운영 방식과 전쟁이 끝난 직후 피해자들이 어떻게 희생됐는지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할머니들의 증언집을 참고해 대사에 반영하기도 했다. 조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의 희생이 없었다면 영화가 완성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특히 일본인 역할을 맡은 재일교포 배우들은 목숨을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촬영 당시 주인공 정민과 같은 나이인 14세였던 강하나 양 역시 재일교포 4세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하나같이 ‘정말 그렇게 어린 소녀들이 끌려갔었느냐’고 물어요. 당시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평균 나이는 16세로, 대부분 초경 전이었다고 하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주도한 폭력입니다.”
영화 ‘귀향’의 한 장면. 시네드에피 제공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