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때려 숨지게 한 후 암매장한 경남 고성의 40대 주부는 남편과 헤어진 후 자녀들을 혼자 키웠다. 목사 아버지에게 맞아 숨진 경기 부천의 여중생 역시 친부의 재혼과 가족 내 불화 및 해체 과정에서 아동학대의 희생양이 됐다. 인천의 16㎏ 소녀 학대 사건도 아버지와 동거녀의 방임에서 시작됐다. 최근 연달아 드러난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뒷면에는 이처럼 병들고 불행한 가족이 있었다.
정부가 16일 확정해 발표한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을 강조하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가족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아동학대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결국 돌봄과 교육 등 가족 기능이 약화된 데서 비롯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2005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중장기 가족 관련 대책이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 14개 부처가 참여해 시행한다.
우선 정부는 ‘가족관계 증진을 위한 서비스 기반 조성’을 주요 정책과제로 내세웠다. 가족관계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가족교육 기능을 강화하며, 결혼·임신·출산 등 생애주기별 가족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가족교육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가족교육활성화법(가칭)’을 제정하거나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계획을 통해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 청소년 범죄 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가족해체를 예방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아우르는 사회통합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은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