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광 테이프의 비밀
연극 ‘날 보러 와요’ 무대와 백스테이지 사이 배우들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길목 바닥에 부착된 축광테이프. 축광테이프는 암전 시 배우들의 이동 기준선이 된다. 프로스렙 제공
그 비결은 배우들이 ‘내비게이션’이라고 부르는 ‘축광 테이프’에 있다. 축광 테이프는 야광 스티커라고 보면 된다. 무대 위 조명 빛을 흡수했다가 암전되면 저장했던 빛을 천천히 다시 방출해 배우들의 갈 길을 인도한다. 어떤 공연이든지 무대 바닥과 소품 모서리 주변에는 축광 테이프가 붙어 있다.
연극 ‘날 보러와요’의 민상은 무대 감독은 “축광 테이프를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서 관객 눈에 띄지 않게 붙인다. ‘날 보러와요’의 경우 암전 시 배우들의 움직임이 많아 축광 테이프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무대 감독들은 관객의 눈에 축광 테이프가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연극에 비해 출연 배우 수가 많고, 장면 전환이 많은 뮤지컬의 경우 축광 테이프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표시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주요 뮤지컬의 무대 미술을 담당한 박동우 감독은 “뮤지컬은 출연 인원이 수십 명에 이르다 보니 축광 테이프로 모든 동선을 표시하지 않는다”며 “요즘은 테이프와 함께 무대 앞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LED 표시등으로 무대의 위치를 표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축광 테이프를 아주 잘게 잘라 붙여 잘 보이지 않게 하고 푸른색 조명을 약하게 켜서 배우의 동선을 표시하는 방법도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