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1967년 12월 청년 법정이 물었다. 해인사 해인총림 초대 방장인 성철 스님이 답했다.
“성불이란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디 부처임을 깨닫는 것. 부처님 계신 곳은 바로 지금 그대가 서 있는 그 자리입니다.”
성철(1912∼1993)과 법정 스님(1932∼2010)은 속가 나이로 정확히 스무 살 차이가 난다. 법정 스님은 성철 스님을 큰 어른으로 따랐고, 제자들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한 ‘가야산 호랑이’는 법정 스님을 인정하고 아꼈다. 법정 스님은 “불교란 무엇인가” “기독교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망설임 없이 던졌다. “법문만 듣고 있으니 얼얼하다. 출가하게 된 인연을 말해 달라”고 도발적으로 청하기도 했다.
성철 스님은 여유롭게 때로 즐기듯이 답한다. “죽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눈을 감으면 캄캄하고 눈을 뜨면 광명입니다. 본래 생사란 없습니다. 삶 이대로가 열반이고 해탈입니다.”
두 사람은 인연을 이어가며 불교 정신은 물론이고 지도자의 덕목, 인간성 회복, 미래가 꺾인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도 폭넓게 나눴다. 성철 스님은 자신이 쓴 원고 ‘본지풍광’ ‘선문정로’를 손봐달라고 부탁했고, 법정 스님은 정성을 기울였다. 1993년 성철 스님이 열반에 들었을 때 추모사를 쓴 이도 법정 스님이었다. 때론 팽팽하게 때론 따스하게 나눈 문답에는 이들이 치열하게 추구한 사랑과 자비, 지혜가 담겨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