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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세 “어릴때 돌려보낼까봐 한국어 안배웠다”

입력 | 2016-02-13 03:00:00

한국 입양아론 두번째 佛 내각 입각한 장뱅상 플라세 개혁장관
한국명 ‘권오복’… 7세때 佛 입양
한때 외면한 모국, 딸 낳은뒤 관심




‘권오복’으로 태어나 ‘장뱅상 플라세’로 자란 한국계 입양인이 프랑스 장관이 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장뱅상 플라세 상원의원(48·사진)을 국가개혁 장관에 임명했다. 플라세 신임 장관은 이날 퇴진한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문화부 장관에 이어 한국계 입양인으로는 두 번째로 프랑스 장관직에 올랐다. 그는 정부를 개혁하는 임무를 맡는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플라세 신임 장관은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7세에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의 가정에 입양돼 4남매와 함께 자랐다. 지난해 5월 발간한 자서전 ‘내가 안 될 이유가 없지!’에는 변호사인 양아버지가 한국어를 배우라고 했지만 한국에 다시 돌려보낼까 봐 두려워 거절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플라세 장관은 캉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은행법을 전공한 뒤 1992년 의원보좌관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2001년 유럽생태녹색당에 가입했으며 2011년 43세의 나이에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자서전에서 “40세 이전에 국회의원이 되는 꿈을 꾸었으며, 국정을 책임지는 장관이 되고 싶었다. 이런 인생 계획서를 화장실 벽에도 걸어 두었다”고 썼다.

상원의원 시절엔 녹색당의 ‘연금술사’로 불렸다. 2012년 대선에서 득표율이 2%에 그친 녹색당의 상원 원내대표로 선출돼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장관을 2명이나 배출했다. 이는 보수 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대기업 경영자, 유대인협회 등과도 두루 관계를 맺어온 폭넓은 인맥 덕분이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도 나폴레옹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다.

플라세 장관은 지난해 8월 세실 뒤플로 녹색당 당수와 노선 갈등을 벌이다 탈당했다. 녹색당이 급진 좌파와 손잡는 데 반대하며 집권 사회당과의 연정 참여를 강력히 주장해 와 입각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다. 르몽드는 “‘미스터 장관’으로 불렸던 그가 드디어 장관이 됐다”고 보도했다.

스스로 “나보다 프랑스적인 사람은 없다”고 자부해 오던 플라세 장관도 정계에서 종종 인종 차별을 당했다. 한국을 한동안 외면했던 그는 2013년 딸이 태어나면서 모국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을 찾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고, 지난해 가을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했다. 그는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의 제의를 받고 딸에게 한복을 입혀 사진을 찍기도 했다. 파리의 한식당에서 프랑스 정치인들을 초대해 식사하길 즐기는 플라세 장관은 “내 딸이 크면 아버지 나라인 한국을 배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