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 맛짬뽕 편
비슷한 내용의 다양한 버전…굳이 왜?
대접 들고 국물 들이켜는 설정도 식상
한 남자(박성웅 분)가 고민을 하고 있다.
“중요한 건 맛이 있는가 없는가이지.”
농심의 맛짬뽕 CF. 그 다음 장면은 반전이다. 남자가 맛짬뽕을 들어 얼굴 옆에 대고는 귀여운 표정으로 “농심 맛짬뽕처럼!”을 강조한다. 그리고는 라면 클로즈업 화면으로 이어진다.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대하듯 황홀한 표정으로 면을 후루룩 입안으로 밀어 넣고 대접을 들어 목젖을 흔들며 국물을 마신다.
농심은 몇 가지 버전의 맛짬뽕 CF를 내놨는데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솔직히 말하면 굳이 여러 개를 만들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그게 그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오늘 소개하는 CF는 그 중 맛짬뽕 본편이다.
이 CF의 아쉬움은 카피에 대한 욕심이 다소 앞서 보인다는 점이다. 강렬한 한 줄의 문장으로 승부해야 하는 카피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드러낼 경우 오히려 고객에게 거부감을 줄 수가 있다.
게다가 이 카피는 두 번 세 번 들으면서 ‘좀 느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하기 때문이다. 라면 광고에서 ‘느끼함’은 절대 시청자들의 뇌리에 등장해서는 안 되는 금기어다.
CF의 설정, 아이디어도 새로울 게 없다. 면을 확대해 보여주고, 모델이 대접을 들어 국물을 들이켜고, 끝. 10년 전, 20년 전, 아니 30년 전 라면광고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이래서야 시청자들이 “결국 라면은 그게 그거 아냐?”라고 툴툴거려도 어쩔 수가 없지 않은가. 업계 1위의 고민이 와 닿지 않는다.
이 CF는 라면을 먹은 뒤 흡족한 얼굴의 박성웅이 내뱉는 신음같은 웃음소리가 그나마 맛을 살렸다. 상큼하게 쏘는 장면이다. 트렌드에서 빌려온 마지막의 ‘완뽕’보다 이쪽이 훨씬 ‘짬뽕’스러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