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민정책, 매력 있지만 사회문제 만만찮아 조선족 받아들여 저출산과 후유증 동시해결 생각이면 정책 전환의 호기 이번에도 놓친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출산 정책도 ‘성공의 저주’ 범주에 들 법하다. 1960년 6.2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출산율이 1980년 2.83명으로 뚝 떨어진 데는 국가 주도하의 가족계획 사업이 결정적 기여를 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지금도 가족계획 표어 하면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를 이구동성으로 떠올리는 걸 보면, 명품 구호의 힘을 절감하게 된다.
196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네 이상적 자녀 수는 “아들 셋, 딸 셋”이었다. 덕분에 인구학자들은 뿌리 깊은 아들 선호로 인해 가족계획 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당시 엄마들은 아들을 골라 낳고 출산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는 묘수(?)를 발휘했다.
그 후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출산율 반등을 위해 지난 10년에 걸쳐 엄청난 국가적 재원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출산율 1.2명 수준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저출산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조선족 이민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러모로 부적절했고 부주의했다 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하지만 ‘조선족’에 방점을 찍기보다 ‘이민’에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향후 저출산 해법을 모색함에 보다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됨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나마 공(功)을 인정받을 수도 있었으리란 생각이다.
결국 우리로선 앞서 저출산 해법을 찾아 나섰던 선진국 사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을 수밖에 없을 텐데 유럽식이나 일본식보다는 미국식 해법에 눈이 간다. 유럽은 ‘결혼과 출산의 분리 전략’하에 합법적 부부의 출산이 아니어도 국가가 차별하지 않고 양육과 교육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프랑스에선 이미 동거 부부의 출산을 합법화했고, 스웨덴에선 ‘비적법(非適法·illegitimate) 자녀’란 범주 자체를 폐기했다.
일본은 유럽식 분리 전략도 마다하고 미국식 개방 정책도 외면한 채 초저출산을 그대로 유지해 온 사례다. “2018년 인구 절벽이 올 것”이라 경고하고 있는 해리 덴트는 우리를 향해 일본의 폐쇄적 인구 정책이 가져온 시행착오를 타산지석 삼아 똑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말라는 충고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족정서를 고려할 때 저항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식 해법이나 이미 실패로 평가되고 있는 일본식 해법을 선택할 순 없는 일. 결국은 이민의 문호를 개방하는 미국식이 남아 있는데, 이 또한 인종차별로 인한 사회 통합 과제를 위시하여 노동, 사회복지, 교육 등등의 영역에서 첩첩산중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음을 부인할 순 없을 게다.
그럼에도 초저출산의 탈출구로 조선족 이민 기회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언어 장벽과 자녀의 피부색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수준에 생각이 머무른다면, 이번에도 우린 정책 전환의 호기(好機)를 놓쳐버릴 것이 분명하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