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명절’ 2030의 신풍속 모임 만들어 함께 식사… 외로움 달래, 남녀 미팅주선 호프모임도 인기 연휴기간 편의점 도시락 매출 급증
평소에는 홀로 끼니를 해결하는 ‘혼밥족(族)’도 명절만큼은 뭉쳐서 외로움을 견딘다. 소셜다이닝 사이트에는 ‘홍대에서 살고 있는 흔한 삼포세대, 흔한 흙수저 1인 가구. 저녁 같이 먹을 분 환영합니다. 설 연휴에도 곱창집이 영업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8일 오후 5시 30분. 제가 줄을 서 있겠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밖에 ‘외롭지 않은 명절 보내기’ ‘서울 사는 부산 사람인데 간편한 명절 음식과 떡국을 함께 먹어요’ 등의 초대 글도 사이트에 오른 지 얼마 안 돼 마감됐다.
초대받은 사람들이 각자 한두 가지의 음식을 갖고 와 나눠 먹는 서양식 포트럭(Pot-luck) 파티도 열린다. 집에서 남는 음식을 가져와 8일 모이는 ‘서울 종로구 7인 저녁식사 모임’ 주선자 김형준 씨(35)는 “나는 군고구마를 준비하기로 했다. 고향 어른들은 ‘밥 잘 챙겨 먹냐’고 걱정하시지만 우리는 여기서 나눠 먹으면서 즐겁게 논다. 어른들의 따분한 질문에 영혼 없이 대답하며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우리끼리 있는 게 훨씬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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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25∼35세 커피모임에 참석하기로 한 김정내 씨(34)는 “여성분들도 나처럼 이 시기에 가장 외롭지 않을까? 명절 미팅은 적중률이 높다는 게 정설이라 모든 걸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맘에 드는 여성을 낚아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처럼의 연휴를 혼자 여유롭게 보내는 ‘나 홀로족’도 많다. 부산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가연 씨(26·여)는 할머니 댁에 가지 않고 혼자 남아 애완견을 돌보기로 했다. 김 씨는 “오랜만에 본 친척은 만나도 데면데면하다. 오히려 말은 못해도 마음 맞고 애교 만점인 내 단짝친구 강아지와 함께 있는 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제주 출신 신수정 씨(29·여)는 “신입사원이라 야근이 잦았는데 설 연휴 때 푹 쉬면서 조정래의 ‘정글만리’ 3권을 모두 읽기로 했다”고 연휴 계획을 소개했다.
이런 젊은이들과 사정은 다르지만 꼼짝없이 ‘방콕 생활’을 해야 하는 장년층도 있다. 재수생 아들과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딸을 둔 하연희 씨(53·여)는 “남편은 부산 고향에 가지만 아이들이 올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시험에 매달리니 집에 남아 뒷바라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휴 기간 마땅히 외식할 만한 곳이 없는 탓에 명절 때는 편의점 도시락 판매량도 급증한다. 5일 편의점 업체 CU가 최근 3년 동안 설과 추석 당일을 전후해 3일 연휴 기간의 도시락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2013년에 전년 대비 18.4%였던 매출 증가율은 2014년 24.3%로 늘었고, 지난해엔 45.0%로 증가했다. GS25 역시 지난해 명절 도시락 매출이 1년 만에 48.8% 늘었다. 특히 고시촌이나 원룸이 많은 주택가의 상승률(50.3%)이 눈에 띄게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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