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에 둥지 튼 장그래와 동료… ‘완생’과 더 멀어진 불편한 현실 봉착
만화 ‘미생’ 시즌1 초반(왼쪽 사진)과 시즌2의 장그래.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역을 맡은 임시완을 반영한 듯 조금 더 미남형으로 변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최근 나온 ‘미생(未生)’ 시즌2(10권) 속 대사다. 이제는 월급이 나올지조차 불투명하단다. 그만큼 ‘미생’ 시즌2는 더 팍팍해지고 불편해졌다.
시즌1은 프로 바둑기사 지망생이던 장그래가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샐러리맨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다뤄 웹툰은 조회수 10억 회, 단행본 판매는 200만 부를 기록하는 대박이 났다.
더 악화된 생활이 주인공들을 몰아붙인다. 좁은 사무실에서 4명뿐인 직원들이 점심을 배달해 먹는다. 그릇을 정리하다 김치찌개 국물이 흐르자 장그래가 바닥을 닦으며 말한다. “초라해 못 견디겠다.” 동시에 원인터내셔널에 남은 장그래의 입사 동기들은 회사 워크숍에서 “보물찾기 상품은 디지털TV”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와 대비를 이룬다. 팍팍한 현실은 캐릭터마저 바꿔 놨다. 사람을 아끼던 오 차장은 사람 한 명 더 쓰기보다는 수출 보험을 드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로 냉정해졌다.
바둑과 비교되는 직장생활은 시즌1과 같다. 시즌2 역시 1999년 제3회 삼성화재배 이창호 9단과 마샤오춘 9단의 결승 5번기 제5국의 치열한 한 수 한 수가 직장의 크고 작은 전투와 비교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보다 세밀해진 리얼리티 때문에 시즌1만큼의 폭발적인 반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시즌2 첫 장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전체 노동자의 12.3%를 차지하는 이들이 대기업 현관을 향할 때, 대기업의 1000배에 육박하는 중소기업을 향해 전체 노동자의 87%에 달하는 종사자가 골목으로 들어선다.”
독자들은 자신이 중소기업에 다녀도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임원 경쟁을 하는, 스케일이 큰 대기업의 스토리를 더 선호할지 모른다. 완생(完生)을 꿈꾸는 장그래를 응원했던 시즌1의 독자에게 완생(대기업 정규직)을 꿈꾸기조차 어려워진 장그래는 너무나 회색빛이다. 완성도와 별개로 시즌2에 손이 덜 가는 이유다. ★★★★ (별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