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현·사회부
27일 더민주당 의원들의 속내를 한 명씩 들어봤다. 상당수 의원들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린이와 학부모를 정치적 볼모로 이용하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들에겐 코앞에 닥친 보육대란을 막는 것보다는 끌려가는 모양새를 보일 순 없다는 ‘정치적 체면’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의총 때 반대 의견을 낸 한 의원은 “다음 달 2일에는 통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차피 예산은 편성하겠지만 정부에 떠밀려 결정하는 듯한 ‘그림’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 다른 한 의원은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산을 편성하는 건 문제”라며 “최소한의 정치적인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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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원들은 실명을 드러내고 진행한 본보 설문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 의원이 반대보다 많았다. 자녀나 친인척이 누리과정의 수혜 대상인 의원들은 겉과 속이 다른 당내 분위기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조카가 누리과정 대상인 한 의원은 “당장 친척이 돈 부담을 느낀다. 아이들을 위한 비용을 가지고 정치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많은 유치원 원장들은 더민주당이 의총을 열어 이달 내 사태를 일단락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익명성에 숨어 시민들이 겪는 불편을 해결해 주기보다는 ‘모양새’를 지키는 데 더 큰 비중을 뒀다. 다음 달 예정된 의총에서 정치적 잇속보다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결정을 내려주길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송충현·사회부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