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오른쪽)은 2015시즌 종료 후 4년 60억원에 kt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 정든 넥센을 떠나 고향 수원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연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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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수원을 떠날 때 그는 평범한 선수였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수원구장은 황량했다. 취중에 고함을 지르는 관중의 목소리가 야구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인천을 떠나 서울로 향하다 수원에 주저앉은 현대는 최강팀이었지만, 나날이 기울어갔다. 수원 팬들은 방랑하듯 들어온 현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유한준(35)은 수원 유신고를 졸업하고 동국대를 거쳐 2005년 현대에 입단했다. 프로 초창기 수원에서 3시즌을 뛰었다. 1군 출장 경기수를 점차 늘려가며 가능성을 보였고, 2007시즌 종료 후 군에 입대했다. 2010년 전역한 뒤 돌아갈 곳은 수원이 아니었다. 팀은 현대에서 히어로즈로 바뀌었고, 홈구장은 목동이었다.
지난해 11월 4년 60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은 프리에이전트(FA) 선수지만, 수원으로 돌아온 유한준에게선 거만함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팀 전체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 고참이 됐지만, 무게를 잡지도 않는다. 그 대신 밝게 웃으며 팀에 하루 빨리 녹아들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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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준은 FA 자격을 취득한 뒤 ‘넥센이 아니라면 kt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일찌감치 품었다. 자신이 야구를 배운 곳이고, 프로생활을 시작한 수원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패기가 넘친다. 함께 열심히 뛰고 도울 부분을 먼저 찾으면서 책임감 있게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