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괴물’처럼 등장했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더욱 촘촘한 구성으로 고향과도 같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재연 무대를 갖고 있다. 빅터역을 맡은 유준상(오른쪽)과 앙리(괴물)로 출연한 한지상. 사진제공|충무아트홀
광고 로드중
■ 돌아온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2014년 초연 때보다 더 촘촘해진 구성
유준상·한지상 등 영혼 불사른 명연기
“내가 겪은 불행 그대로 돌려주리라…”
‘우정과 증오 사이’ 앙리의 절규 뭉클
광고 로드중
초연 당시 이 작품에 대해 애와 증이 교차하였음을 고백한다. 일단 재미가 있었고, 감동도 있었다. 국내 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준 우수 창작물이라는 점에는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반면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내는 방식에는 어느 정도 거부감이 일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센 척’, ‘멋있는 척’하는 동네 형을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강동원, 박보검이라 해도 “어때, 나 잘 생겼지?”라고 입 밖으로 내어버리면 조금은 김이 새버릴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음악도, 조명도 다 간이 셌다.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처럼 끝에 가서 후려갈기는 넘버가 몇 개나 포진해 있었다. 포르테(f)가 세 개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없는 ‘강! 강! 강!’의 음악. 쉼 없이 오열하고 절규하는 인물들. 2막이 시작될 즈음이면 관객들은 감동에 지쳐 진이 다 빠져버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프랑켄슈타인은 정말 근사한 뮤지컬이라는 데에 마음 깊이 동의한다. 프랑켄슈타인이 가진 단점은 뒤집어 보면 그대로 장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래도 감동하지 않을 테냐”하는 넘버들은 드라마틱한 음악을 선호하는 한국 관객의 귀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활활 불사른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그로테스크한 연구실은 레미제라블의 바리케이드, 오페라의 유령 지하미궁이 부럽지 않았다.
● 만만치 않은 두 개의 질문 “배우들의 명연이 답”
초연에 비해 구성이 촘촘해진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기량과 호흡에서 이들이 얼마나 이 작품을 사랑하는지가 전해져 왔다. 프랑켄슈타인을 본 날은 유준상이 빅터, 한지상이 앙리(괴물)로 출연했다. 이밖에 빅터는 박건형과 전동석, 앙리는 박은태와 신예 최우혁도 캐스팅됐다.
광고 로드중
프랑켄슈타인은 배우들의 1인2역이 특징인 작품이기도 하다. 1막에서의 배역과 2막에서의 배역이 다르다. 그것도 캐릭터의 성격이 180도 바뀐다. 빅터는 2막에서 격투장의 냉혈한 주인인 자크로 변신한다. 빅터를 이해하는 다정다감한 누나 엘렌 서지영은 거칠고 천박한 데다 채찍을 휘두르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팜 파탈 에바가 된다. 뮤지컬 가창의 교과서로 불리는 서지영의 노래는 놓치지 말 것. 격투장에서 여자 앙상블들과 부르는 ‘남자의 세계’를 추천한다. 2막에서 괴물이 부르는 긴 솔로곡 ‘난 괴물’은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의 저 유명한 명곡 ‘겟세마네’에 도전장을 내미는 듯한 넘버다. 괴물역을 맡은 한지상, 박은태, 최우혁의 느낌이 모두 다르다.
생명의 창조라는 신의 영역에 발을 디딘 빅터는 “나는 신을 믿어. 만약 신이 없다면 누가 이 세상을 이런 지옥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라고 앙리에게 묻는다. 괴물이 되어버린 앙리는 자신을 만들어낸 빅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교만한 창조주여, 그 동안 내가 겪은 세상을, 불행을 그대로 돌려주리라.”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