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연극 ‘겨울이야기’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맞아 국립극단 2016년 첫 신작으로 선택 물 1t 든 수족관 깨는 장면 백미
국립극단 신작 ‘겨울이야기’ 1막 중 재판정에 서게 된 왕비 헤르미오네(우정원)가 탁자에 올라서 오열하며 결백을 주장하는 장면. 국립극단 제공
작품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왕국의 레온테스 왕이 이웃 나라 보헤미아 왕국의 폴리세네스 왕과 자신의 아내 헤르미오네 사이를 의심하고 끊임없이 질투하며 생기는 일화를 그렸다. 레온테스는 질투와 의심에 눈이 멀어 자신의 딸(페르디타)을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아내를 죽이라 명령하고, 갓 태어난 딸마저 영토 바깥으로 버린다. 16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레온테스는 죽은 줄만 알았던 왕비와 딸을 극적으로 재회하며 극적 반전을 이룬다.
작품은 시간을 압축하고 이야기를 정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연출자의 연출력, 작품을 빛나게 하는 무대, 역할에 100% 몰입된 배우들의 연기력 3박자가 고루 맞아 상당한 내공을 자랑한다.
광고 로드중
연출가의 연출력을 돋보이게 하는 데에는 무대도 큰 역할을 한다. 무대 중앙에 원 턴테이블을 다양하게 이용하고, 여러 개의 문을 이어 하나의 벽을 만든 금색 무대 배경은 배우들이 무대와 무대 뒤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공간이자 왕궁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살려낸다. 백미는 2막 극 후반부, 죽은 줄만 알았던 헤르미오네가 들어가 있는 수족관이다. 레온테스는 실제 망치를 이용해 1t의 물이 들어 있는 유리 수조를 깨부수며 아내를 구해내는데, 실제 공연마다 12mm 두께의 대형 유리를 깨뜨린다.
화룡점정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헤르미오네 역의 배우 우정원의 신들린 연기가 인상적이다. 남편의 질투로 인해 불륜녀란 오해를 받고 재판에 선 그가 오열하는 모습은 관객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만든다. 갓 낳은 딸이 버려졌다는 소식에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지는데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1644-200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